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부산과 동부경남 주민의 숙원인 ‘맑은 물 공급’을 위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민 동의가 우선’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국회에서 이 사업 추진을 위한 부산시의 관련 예산 마련 요청에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병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병도 위원장에게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신설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이 자리에 우연히 동석한 상태였다. 박 시장은 “국회에서 증액하는 것을 목표로 경남도와 환경부 협의가 다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지사는 “협의가 끝난 사안이 맞다”고 박 시장을 거들었다. 박 지사가 그동안의 입장과는 달리 이 사업 추진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사업은 낙동강 상류권 혹은 지류에서 강변여과수 등 깨끗한 물을 추가로 확보해 상수도 여건이 좋지 않은 부산 등 하류권 주민에게 보급하는 사업이다. 창녕 의령 합천 등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를 계기로 국책사업으로 추진됐지만 30년 넘게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경남 의령과 창녕의 강변여과수와 합천 황강의 복류수를 하루 90만ｔ 취수, 부산과 동부경남에 각각 42만ｔ과 48만ｔ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매년 이 사업의 예산을 확보해 왔지만, 취수원 개발 예정지인 창녕군과 합천군 주민의 반발로 소관 부처인 환경부가 사업비 집행을 거부해왔다. 시는 올해도 내년도 정부안 예산으로 19억2000만 원을 신청했다. 환경부도 이 예산을 내년도 정부안에 담아 기획재정부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기재부는 매년 이 예산이 불용처리되는 것을 지적하고 “주민 협의가 먼저”라는 이유를 들며 이번에는 삭감했다.

관건은 사업 대상지 주민 설득이다. 주민은 추가 취수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 확보가 힘들어지거나 취수 구역과 그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한 위원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국제신문 취재진을 만나 “최근 (이 사업과 관련해) 환경부 간담회를 통해 (예산 반영 협의가) 끝났고, 향후 주민 간담회까지 하면 협약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에 예산을 반영한다면 내년에 바로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 고위 관계자도 “그간 창녕 대책위가 요구한 쟁점사항도 큰 틀에서 합의가 됐다”며 “서로 의견만 맞으면 협약까지 가는 것으로 환경부와 얘기가 끝났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여전히 주민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완수 지사는 그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취수 지역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수립해야 한다”며 “정부가 국책 사업과 관련된 인센티브 등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