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특검법 수정안 합의·번복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의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끌려다니면서 ‘공당’의 가치마저 소실될 우려가 커진다. 당대표 선거나 정책 결정 과정에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잉 반영되면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극단으로 치닫는다. 공당으로서의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며 하루만에 특검법 번복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앞서 여야는 특검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하루만에 민주당이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며 한 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에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하는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과 합의를 추진하면서 김 원내대표가 정청래 당 대표나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대통령실 등과의 교감 없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렸을 리 없다는 점에서다.

강성 지지층이 당을 흔드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겨냥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만일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려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강성 지지층의 비호를 받는 유튜브 방송이 당을 쥐락펴락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강하게 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용산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이라고 혹평한 것도 현재 민주당 권력이 이재명 대통령 외에도 강성 지지층이 선출한 정 대표, 강성 지지층의 여론을 형성하는 유튜버 김어준으로 분산돼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이른바 개딸 정치가 (특검법 합의) 결과를 좌지우지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하다”며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다 자신들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만이 도를 넘어섰고, 그러다 보니 민주당 정치인은 개딸이 좋아할 만한 말과 행동만을 골라 하며 그들에게 이쁨 받는 데에만 몰두한다”고 저격했다.

국민의힘도 강성 지지층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전당대회 기간 ‘극우 아스팔트’ 측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에게 일부 당권 후보가 면접을 보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극우 아스팔트 지지층과 밀착하며 당권을 거머쥔 장 대표는 취임 후에는 극우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대여 투쟁이 본격화하면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야당 탄압 독재정치 규탄 대회’에서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은 전교조, 민노총과 똘똘 뭉쳐 우리를 겨냥하는데 이제 우리도 뺄셈 정치를 그만하자”며 “전광훈 목사가 극우라고, 전한길 강사가 더 나갔다고, 이준석이 결이 다르다고 뺄셈 정치를 하면 진다. 작은 차이는 극복해 뭉쳐서 싸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여가 장악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적 고민은 장외 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한다. 장외투쟁에 나서면 원하지 않더라도 극우 아스팔트 세력과 합류하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여당으로부터는 내란 정당 공세가 재점화할 수 있고, 당내에서도 극우 세력과의 단절 요구가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