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이민당국 수용시설에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에 대한 자진출국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구금자 전원을 대상으로 자진출국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재입국 제한 같은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 등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들은 8일(현지시간)포크스턴 구금시설을 찾아 한국인 직원들과 면담하며 귀국을 위한 실무 준비를 진행했다. 조 총영사는 이날 방문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안에 계신 분들을 다 뵙고 (전세기) 탑승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금된 직원 중 자진 출국에 동의하는 비율에 대해 “다 한국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바라신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민 재판 등 법적 대응을 위해 잔류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국에 필요한 외국인 번호(A-넘버·Alien number)부여 절차도 이날 중 완료될 예정이라고 조 총영사는 설명했다.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르면 오는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애틀랜타 공항으로 출발한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9 연합뉴스

자진 출국 이후에도 미국 재입국 제한 등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다. 조 총영사는 자진 출국 이후 불이익 여부에 대해선 “미국에 이미 있는 제도라 그 제도를 참고하면 된다”며 “자진 출국이라서 5년 입국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이민당국이 현재 이들을 불법체류 상태로 분류하고 있어 향후 불이익이 없다는 보장이 확실치 않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특히 미국 이민 단속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8일(현지시간) ‘추방(deported)’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영국을 방문 중인 놈 장관은 이날 조지아주에 구금된 한국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be deported) 것”이라며 “소수는 단지 최종 퇴거 명령 시한을 넘겼다. 여기에 있는 것 이상의 범죄 활동을 했는데 그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놈 장관이 어떤 의미로 ‘추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외국인을 내보내는 절차 일반을 통칭해 추방이라 표현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9일 “국내에서는 마치 석방을 끌어낸 것처럼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추방이었다는 얘기”라면서 “무능 외교의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직무대행과 만나 구금자들의 귀국 및 재입국 제한 등 불이익 문제를 매듭지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의 대규모 구금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비자 문제와 개선에 대해서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느냐.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2025.9.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