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張대표 정치체급 키우기 포석도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동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단독 회동’이란 조건을 재차 강조하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장 대표는 지난 29일 인천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같이 만나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이야기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그 이후에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따로 시간을 갖고, 지금 고통받고 있는 국민의 삶에 대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양보해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국민에게 홍보하고자 한다면 이번에는 그런 형식의 만남이라 하더라도 언제쯤 다시 시간을 정해서 제1야당 대표와 만나서 고통받는, 타들어 가는 민생 얘기를 나눌 것인지 입장은 밝혀야 된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참석하는 회동을 하더라도 이 대통령과 별도의 단독 회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앞서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서 식사하고 덕담을 나누는 것은 영수회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일 대 일 회동을 강하게 요구한다. 여야 지도부 간의 다자 회동에서는 민생과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고 그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회동 형식과 의제가 중요하다고 한 만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31일 공지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현재 물밑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화 의지는 상대적으로 이 대통령이 더 강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초청 오찬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야당과 협력해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내란 정당’ 등 강성 발언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통해 협치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특검법·검찰개혁 법안 속도 조절, 야당 추천 몫 인권위원 선출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기회를 확답받지 못하고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속 있는 현안이 의제가 되지 않는다면 회동을 거부하는 것도 장 대표에게는 나쁘지 않은 수다. 오히려 성과 없는 회동 결과가 나오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회동에서 야당 입장에선 뚜렷한 성과를 거둔 사례도 거의 없다.
아울러 ‘1.5선’인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으로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단독 회동을 두고 장 대표가 ‘제1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직하던 시절에 제1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적인 정치문화에서 쓰던 용어”라며 “지금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쓴다”며 영수회담이란 표현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다.
특검이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은 최대 변수다. 압수수색 재시도가 있으면 국민의힘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회동 논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