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분위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쓴 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나 강준욱 국민통합 비서관에 대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과 대비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경청과 소통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에게도 임명 감행은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다. 특히 야당의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이진숙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했던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김정록 기자

‘보좌진 갑질’ 의혹을 받는 강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다. 23일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ARS 휴대전화 100%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강 후보자에 대해 32.2%가 ‘적합’, 60.2%가 ‘부적합’하다고 답변했다. ‘부적합’이 ‘적합’보다 2배 가량 높은 결과다.

그럼에도 여당에서 쓴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앞서 이진숙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 촉구 입장을 공개적으로 냈던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최종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판단을 지켜봐 달라. 그 판단을 가급적 존중해 달라는 게 제 부탁”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가 과거 문재인 정부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에 대해 ‘예산 갑질’을 한 사실이 공개된 데 대해선 “쿨하게 사과할 부분은 진정으로 사과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보좌진과 의원은 식구 같은 개념도 있다”며 일반적인 직장 갑질과 다르다는 취지로 발언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민수 의원은 MBC에 출연해 “대통령께서는 논란보다는 여가부 장관이 되고 난 다음에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김상욱 의원(울산 남갑) 정도가 “국민 수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과락(科落 )점수를 받는 상태 아닌가”라며 “강 후보자 문제로 우리 당이 분열되고 고립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전날과 당일, 정 전 장관으로부터 강 후보자의 ‘예산 갑질’ 제보 문자를 받고도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강 후보자가 성균관대 겸임교수 시절 무려 5주나 무단 결강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강 후보자는 2017년 1학기 성균관대 겸임교수로 ‘비교가족문화론’ 수업을 맡았는데 개강 한 달도 안돼 무단 결강을 5주 동안이나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 후보자는 강의 계약 뒤 1학기도 채우지 않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당시 수강생들은 “책임감 없이 교수직을 내팽개치기는 사람이 어떤 정치를 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은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이재명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송원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24일까지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것을 두고 “입법권을 남용하는 의회 독재를 넘어 인사권을 남용하는 행정 독재가 시작됐다”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더 실시하자”고 공식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