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며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재정분권 비율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절반 이상 나눠 갖도록 하자는 등의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수도권 블랙홀의 중심도시인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인 그가 일극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은 조기대선을 염두에 둔 국정운영 비전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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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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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초광역권이 주도하는 한국경제 대도약’ 토론회 개회사에서 12·3계엄 사태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정국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통령제를 지목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현 정국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 다시 말해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게 전제가 돼 있었고,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의회 폭거를 통해 계엄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그렇다면 권력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제안에 반대하진 않는다고 하면서도 지방분권 개헌이 권력분산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우리 눈앞에 있다”며 “아무리 지역을 발전시키고 싶어도 현재의 국가 거버넌스 체계 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서울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이런 일극체제 하에서 지방 발전을 위한 에너지가 전부 수도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에서 아무리 좋은 전략을 내고 정책을 펴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도 지방소멸의 대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고민에 획기적인 대책을 내놔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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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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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싱가포르가 인구는 600만 명에 불과한데 국민소득이 10만 달러 가까이 된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권역별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서 거기에 과감하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자”는 제안을 했다. 각각의 초광역 지자체가 싱가포르처럼 작동하면서 각자 경쟁하며 성장하도록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에게는 외교 안보 국방에 관한 권한만 남겨놓고 내치 관련 모든 권한을 바로 이 광역화된 지자체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발전 모델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인적 자원과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현재 국세, 지방세 비율이 7 대 3이다. 이걸 과감하게 5대 5 혹은 그 이상으로 지방으로 완전히 재정권을 넘기자는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도 했다. 아울러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배분하며, 적재적소에 투입할 권한도 지자체에 넘기자는 주장도 더했다. 오 시장은 “이른바 교육 자치권과 경찰 자치권까지 전부 지자체로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부산시 출향인사 행사에도 참석해 ‘4개의 싱가포르’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며 그 중심 도시가 부산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연일 지방분권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지방분권 토론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지방소멸 위기 해법에 대해 머리를 맞댄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 대해서도 “지난해 토론회에서 정리된 생각을 숙성시켜서 오늘 제안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전 대표 등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전 대표는 토론회 참관자들에게 오 시장의 이름을 연호할 것도 유도했다. 이날 토론회는 차기 대권 잠룡으로서 오 시장의 당내 지지세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