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측의 성의 부족 논란으로 파행 속에 열렸던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해 한일 외교수장은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일본에 우려를 전달했다”는 입장을,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은 애초 한일 양측 정부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한국 정부는 행사 직전 불참을 결정했다. 당시 일본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불거졌으며, 그는 당시 추도식에서도 한국인 희생자의 ‘강제노역’ 문제 보다는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일했다’는 메시지만 내면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외교수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 문제에 대한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조 장관은 “지난해 사도광산 문제가 추도식 참가 문제로 불거졌을 때 한일 양국은 이 문제가 양국 관계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양국 간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도록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우려 사항들을 오늘 회담에서도 분명히 전달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불거진 논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와야 외무상은 이 문제에 대해 조 장관과 계속 논의했다면서 “조 장관이 일방적으로 양보를 한 것은 전혀 아니다. 추도식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7월에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가 밝힌 바와 같이 매년 추도식을 현지에서 실시할 예정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이어 “일본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결의에 따라서 한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일본 측 대표의 과거 논란이 된 이력,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메시지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일본에서 매년 추도식이 열릴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를 한 것이 없다는 발언에서는 일본 정부도 어느 정도 양보를 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양측이 어떤 부분을 각자 양보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3, 14일 일정으로 방한한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으며,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우 의장은 이와야 외무상에게 “어떤 관계든 한쪽의 일방적 양보로는 유지될 수 없다”며 “일본 정부가 전향적 자세로 역사 문제를 직시할 때 한일관계가 더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14일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예방하는 방안도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