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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시설 갈 곳 잃었다…부산시장 결정권 무산

시의회, 위임환수 원안 폐기…대상 범위 축소 수정안 가결

기초지자체 독립성 지켰지만 산폐장 등 신설 적체 불가피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4-11-24 1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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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폐기물 매립장(산폐장) 등 기피 시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민감한 ‘님비(NIMBY) 인프라’ 신설을 위해 부산시는 조례 개정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부산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기피시설 신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부산그린파워. 부산 유일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인 부산그린파워가 포화하면서 지역 폐기물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제신문 DB
24일 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20년 전 기초단체장에게 위임했던 폐기물처리시설, 궤도시설(케이블 철도 모노레일 등), 도축장, 묘지공원 등 일부 기피시설 결정권과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권을 다시 부산시장에게로 환수하기 위해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시의 조례안은 지난 21일 시의회 상임위원회인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심사(찬성 5명, 반대 3명)를 통과, 다음 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시가 조례 개정에 나선 배경은 기피 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발로 시설 설치가 수년째 공회전을 하고 있어 시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특히 수년 내 포화가 예상되는 산폐장 신설이 시급해 부산 기장군 장안읍 명례산단 인근에 산폐장을 조성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건 셈이었다.

하지만 산폐장 후보지를 둔 기장 지역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개정안이 수정됐다. 상임위(해양도시안전위원회)가 조례를 심사하기 전인 지난 15, 18일 정종복 기장군수가 시청 앞에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한 데 이어, 심사 당일 주민 300명이 시청 앞에서 조례 개정 결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극렬한 반대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시가 주춤한 사이, 시의회에서는 수정안이 급속히 추진됐다. 시가 설치 권한을 가지는 기피시설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수정안을 낸 것이다. 결국 시의회는 지난 22일 열린 본회의 정례회에서 박종철(기장1)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계획 조례 수정안을 가결(재석의원 41명 중 찬성 27명, 반대 10명)했다. 수정안은 시가 처음 발의한 조례안 중 궤도 시설, 도축장 결정권만 부산시장에게 환원하고 폐기물 처리시설 등 나머지 기피 시설은 현행처럼 기초단체장의 권한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시가 낸 원안은 자동폐기됐다. 

이번 사태로 기피 시설 신설에 관한 구·군의 독립성이 지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장군은 “지역 개발과 주민 복리 증진와 가장 밀접한 기초지자체가 정책 판단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향후 시 단위의 필수 기피 시설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산폐장과 소각장 등 기피 시설은 지역주민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선출직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대처로 설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통합을 놓고 강서구와 사상구의 갈등에 끼인 시가 수년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산폐장 등 다른 기피 시설 설치도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례가 원안대로 통과하면 기장군 산폐장 신설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었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폐기물 처리 비용 상승으로 지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역외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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