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 매립장(산폐장) 등 기피 시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민감한 ‘님비(NIMBY) 인프라’ 신설을 위해 부산시는 조례 개정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부산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기피시설 신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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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부산그린파워. 부산 유일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인 부산그린파워가 포화하면서 지역 폐기물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제신문 DB |
24일 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20년 전 기초단체장에게 위임했던 폐기물처리시설, 궤도시설(케이블 철도 모노레일 등), 도축장, 묘지공원 등 일부 기피시설 결정권과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권을 다시 부산시장에게로 환수하기 위해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시의 조례안은 지난 21일 시의회 상임위원회인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심사(찬성 5명, 반대 3명)를 통과, 다음 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시가 조례 개정에 나선 배경은 기피 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발로 시설 설치가 수년째 공회전을 하고 있어 시가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특히 수년 내 포화가 예상되는 산폐장 신설이 시급해 부산 기장군 장안읍 명례산단 인근에 산폐장을 조성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건 셈이었다.
하지만 산폐장 후보지를 둔 기장 지역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개정안이 수정됐다. 상임위(해양도시안전위원회)가 조례를 심사하기 전인 지난 15, 18일 정종복 기장군수가 시청 앞에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한 데 이어, 심사 당일 주민 300명이 시청 앞에서 조례 개정 결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극렬한 반대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시가 주춤한 사이, 시의회에서는 수정안이 급속히 추진됐다. 시가 설치 권한을 가지는 기피시설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수정안을 낸 것이다. 결국 시의회는 지난 22일 열린 본회의 정례회에서 박종철(기장1)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계획 조례 수정안을 가결(재석의원 41명 중 찬성 27명, 반대 10명)했다. 수정안은 시가 처음 발의한 조례안 중 궤도 시설, 도축장 결정권만 부산시장에게 환원하고 폐기물 처리시설 등 나머지 기피 시설은 현행처럼 기초단체장의 권한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시가 낸 원안은 자동폐기됐다.
이번 사태로 기피 시설 신설에 관한 구·군의 독립성이 지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장군은 “지역 개발과 주민 복리 증진와 가장 밀접한 기초지자체가 정책 판단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향후 시 단위의 필수 기피 시설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산폐장과 소각장 등 기피 시설은 지역주민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선출직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대처로 설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교정시설 통합을 놓고 강서구와 사상구의 갈등에 끼인 시가 수년째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산폐장 등 다른 기피 시설 설치도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례가 원안대로 통과하면 기장군 산폐장 신설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었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폐기물 처리 비용 상승으로 지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역외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