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긴 130분 동안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전한 메시지를 들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A4 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준비해 온 이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에게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수용해줄 것과 이태원 참사·채 해병·양평 고속도로·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일컫는 ‘이채양명주’는 물론, 민주당이 개선을 요구하는 사안 모두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사실상 촉구했다.

양평 고속도로와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의혹 등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것인데, 이 대표는 이를 일일이 언급하는 대신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15분 가량 이어진 발언에서 이 대표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을 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스웨덴 연구기관이 대한민국의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 보도, 남북관계 및 국익중심의 실용외교 전환 촉구, 민생경제, R&D예산 복원, 국회 존중 및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 과도한 거부권 행사 등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행정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발언 중간에 “제 말씀이 거북하실 수 있을텐데 그것이 야당과 국민들이 가지는 이 정부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해주시라”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 민의를 존중해달라”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신의 제안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중간 중간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검은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하고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이 대표와 수행원들을 맞이해 회담장으로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 계열 넥타이 차림으로 회담장 입구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다가 맞이했다.

두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내내 악수한 손을 잡고 있었고, 윤 대통령은 인사의 의미로 이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잘 계셨는가. 선거 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이제 건강은 회복하셨는가”라고 이 대표의 안부를 묻자,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날씨가 좋다고 인사를 건네자 “저와 이 대표님이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