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75) 전 국회의장. 부산 원도심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하고 19대 하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한국 원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 외에 그를 설명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 ‘사진 찍는 정치가’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정 전 의장이 오는 23일까지 해운대 K갤러리에서 ‘삶·Life’ 사진전을 연다. ‘현역’이었던 2015년 연 사진전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초대전이다. 지난 10일 갤러리에서 정 전 의장을 만났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주제입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은 늘 갖고 있었는데 특히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주름을 가진 노인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작품의 90% 이상은 ‘사람’을 담았다. 무거운 자루를 메고 걷는 사람,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사람, 구두를 닦는 사람처럼 10여 개국 필부필부가 주인공이다. 사진 속 그들은 하나같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정 전 의장은 구체적으로 “육체적인 고생, 정신적 고뇌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왜 ‘사람’일까. 그는 “부산대 재학 시절 사진예술연구회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 고 최민식 선생에게서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분 사진엔 ‘인간’이 많다.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서호영 사진가는 이번 사진전에 대해 “정의화의 ‘삶’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시선이 머문 곳이라 생각된다.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인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사 외계 행성 같은 신비로운 풍경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광활한 공원에서 찍은 작품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인간을 경건하게 표현한 듯하다. 1948년생으로 이제는 팔순으로 달려가는 지금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그에게 사진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한동안 고민 끝에 “내게 사진은 첫사랑”이라고 답했다. “첫사랑보다 더 먼저 카메라를 만났으니까요. 지금도 어딜 가나 카메라는 손에서 놓질 않아요. 카메라 무게가 3.5㎏ 정도인데 주로 오른쪽으로 들다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아졌어요.”

그는 “책 없이는 못 산다. 몇 장 읽지 못하면서도 해외 출장 갈 땐 꼭 한두 권씩 챙겨야 마음이 편하고, 자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면서도 “사진은 이런 책보다 10~20% 정도는 더 애정이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팔순이 되면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했다. “요즘엔 풍경과 사람이 어우러진 사진을 주로 찍습니다. 풍경 그 안의 사람. 다음 사진전에서는 이런 작품이 중심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