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그간 식량 등 인도적 원조
- 대통령실은 확대 해석 경계
- 러, 6개월 만에 직접적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무기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면 러시아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해 무기 지원에 대해 경고한 것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두 번째이자 약 6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사지원 불가’ 입장 바뀌나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군사 지원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대량 학살 또는 전쟁법의 중대한 위반을 전제로 꼽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유지해온 ‘군사 지원 불가능’ 입장 선회를 암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방탄 헬멧이나 전투식량·의약품만 지원해왔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상황을 전제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상황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제가 있는 답변이란 측면이 있고, 그 답변만 봐도 충분히 해독할 수 있다”며 “답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에 러시아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예상을 전제로 답변 드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브리핑이 끝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러시아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전쟁 개입을 뜻한다’는 내용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 야당은 尹정부 외교 정책 비판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한국을 향해 ‘군사 지원에 동참하라’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월 방한 당시 특별강연에서 “한국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방과의 연대 강화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이러한 요구를 무조건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국내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고려해서라도 무기 지원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 정부 방침도 조금씩 변화하는 기류가 엿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포탄 수출을 ‘협의’한 사실이 미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간접 지원’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가 포탄 수십만 발을 독일로 이송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 지원 의혹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대량으로 우회 지원한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우리 국익과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든 살상 무기를 전쟁 당사자 일방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원칙을 반드시 관철해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