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쌍특검(50억 클럽+김건희 특검)’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려던 더불어민주당의 계획이 불발됐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쌍특검 중재안을 거절하며 통상 절차대로 법사위원회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민주당은 “스스로 발의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50억 클럽’ 의혹을 가장 빠르게 밝혀낼 수 있는 길은 국회법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로부터 특검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특별검사 추천 권한과 관련해 정의당 요구를 수용하면서 30일 본회의에 ‘쌍특검’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자고 공식 제안했지만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이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대해서도 정의당 자체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가 24일에 (김건희 특검법을)발의했기 때문에 안건 상정을 위한 숙려 기간을 생각하면 4월 중순은 돼야 한다”고 말해 이 역시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국민의힘을 설득해 국회 법사위에서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판단이다.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면 실제 법안 통과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민주당의 손을 잡지 않은 배경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 개편’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의석 수가 걸린 문제인 만큼 거대 양당 사이에서 협상력을 최대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을 향해 “너무 의아하고 이해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혹이) 덮힐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결국 이렇게 가다간 원론적, 형식적, 정치적 레토릭에 또 다시 말려들어가고 시간 끌기 작전, 지연 전략에 결국 협조해 주는 꼴이 된다”며 “결국 특검법 처리 관련해 마냥 시간을 끌면 결국 다음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감한 법안 처리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더 처리를 안 하려 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여야는 우선 ‘50억 클럽 특검법 법사위 상정’부터 발걸음을 떼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개최하는 전체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 법안을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이른바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의 처리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