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주민 A(30대) 씨는 지난 19일 ‘뇌정지’를 경험했다. 이날 그는 집 앞 교차로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편에 매달린 선거 현수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상단에는 기호 1번 표시와 함께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바로 아래에는 붉은색으로 쓰인 기호 2번 표시가 부각된 박형준 부산시장의 현수막이 달렸다. ‘부산광역시장’이란 표기는 상대적으로 작고 얇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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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부산진구 한 교차로 앞에 내걸린 선거현수막. 신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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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이 걸린 순서와 기호 탓에 A 씨는 순간적으로 ‘박 시장이 구청장에 출마했다’고 착각했다. 그는 “현직 시장이 구청장에 나오다니 별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가릴 것 없이 너무 많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어 누가 어디에 출마한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 선거를 함께 치른다. 선거일이 같아 선거관리위원회가 허용하는 선거 운동 시기도 같다. 이 때문에 4개 선거의 홍보도 동시에 일어난다. 지선은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후보의 인지도가 떨어져 지역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가 아닌 이상 이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게다가 출마한 직위별로 기호순에 맞춰 부착하는 선거 벽보와 달리, 선거 현수막은 이런 순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 교차로 등 좋은 길목에 먼저 현수막을 달기만 하면 된다. 통상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옮기며 정보를 인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A 씨와 같은 착각도 일어날 수 있다.
선거 현수막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출마한 선거구 내 읍면동의 2배 이내로만 현수막 게시할 수 있다. 주요 길목 접수에 실패한 후보는 이름 알리기도 힘들다. 한 부산시의원 후보자는 “보통 선거 캠프에서 각 후보자의 현수막 자리를 정해준다. 그렇다고 해도 구청장급은 자리가 먼저 배려되지만 시·구의원은 사실 먼저 다는 사람이 임자다”며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이미 현수막을 묶어놨다가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돼서 게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