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과 검찰의 극한 충돌에 제동을 걸었지만 애매한 ‘양비론’에 민주당이 속도전을 고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두고 검찰은 김 총장과 독대해 70분간 경청한 것에 의미를 뒀고,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총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정상 출근해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70분 동안 시간을 할애해 검찰의 의견을 경청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 말씀처럼 검찰의 의견을 질서 있게 표명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고, 검찰을 대표해 제가 직접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면, 수사지휘는 부활하고 수사권을 없애는 것도 한번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KBS라디오에서 “대통령 말씀은 검찰과 경찰 사이 권한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궁극적으로 국민 이익을 지키고 국민 인권을 지키느냐 이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을 한 것”이라며 “시기 조정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일각의 속도조절론을 일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이제 검찰 기능의 정상화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면서 입법 강행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부에 대해 ‘입법 폭거’로 규정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기어이 국민 독박, 죄인 대박, 검수완박 강행 처리의 마수를 드러냈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검수완박법을 상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재를 공개 촉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석수가 많다고 70년 넘게 유지돼온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정의 실현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자 권력분립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위헌적 소지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어야 행사할 수 있는 것이지, 심정적·정서적으로 접근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한 의견을 내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