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대선 정국이 출렁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이번 사면은 여야 모두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부는 지난 24일 국무회의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을 포함해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을 오는 31일 자로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인 오는 31일 0시 현재 치료 중인 병원에서 석방 절차를 밟는다. 청와대가 밝힌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유는 ‘국민 통합’과 ‘건강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는 중도층 흡수의 여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후보는 수차례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만큼 사면 결정에 따른 부담은 문 대통령이 지고, 수혜는 이 후보가 누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진보진영 내부에서 나오는 ‘촛불정신 부정’이라는 평가는 부담이다.
이 후보는 26일 KBS방송에서 “저에게도 ‘탈당한다, 그러나 이재명은 지지한다’ 등 문자가 몇 개 온다”면서도 이번 사면이 대선에 미칠 유불리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만만치 않은 난제에 직면했다. 보수진영이 또다시 탄핵의 강 앞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한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책임론’을 제기하면 윤 후보와의 악연이 재부각되면서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영남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번 사면이 고도의 야권 분열 노림수라고 보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 중심으로 보수통합과 정권교체를 호소해도 윤 후보로서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보수 결집을 이룰 수 있지만, 중도층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이든 대선에서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진영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