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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호남·TK 집토끼 못 잡는 李·尹, 그래서 더 중요한 PK 민심

선거는 기세싸움, 여야 텃밭 비상

  •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  |   입력 : 2021-12-13 20:09:48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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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文정권과 차별화 속도에
- 與 전통 지지기반 전라도서 약세
- 윤석열도 비영남권 후보 약점 탓
- 대구·경북서 압도적 지지 못얻어

- PK 민심 격차 줄어 경합지 인식
- 李·尹 최근 조사서 2%P 초접전

- 李 비상걸린 호남 집토끼 다잡기
- 尹 전략지인 PK 먼저 찾아 공략

선거는 기세 싸움이다. 일단 기세가 오르거나 꺾이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기세의 밑바탕에는 소위 말하는 ‘텃밭’이 있다. 전통적인 지지 기반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중도층으로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게 대체적인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거운동 초반 각각 호남과 영남을 찾은 것도 ‘집안’부터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여야 모두 ‘텃밭’의 기류가 예전 같지 않다. 여론조사상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과거 민주당 후보들과 같은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윤석열 후보 역시 영남권 지지 기반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60%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집토끼’를 향한 후보들의 마음이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도 동분서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을 찾아 상인과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날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김정록 기자 연합뉴스
■특정 정당 지역 독식구도 완화

최근 대선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독식구도가 옅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6대 이후 민주당 후보에 대한 호남 민심의 결집도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호남에서 93.19%를 득표했다. 그러나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80% 정도의 득표에 그쳤고,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88.96%로 9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호남지역의 전폭적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호남에서 61.99%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호남 민심은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아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28.06%)를 지지했기 때문에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와 무관하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다.

보수 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8대 대선 이후 결속력이 현저하게 약화했다. 16대 대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 등은 70%를 웃도는 득표를 했고,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80.49%로 직선제 이후 TK 지역 최고 득표를 기록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7.05%로 추락한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1.74%로 TK 지역 역대 최고 득표를 기록했다.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TK 지역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지만,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19.05%를 득표한 데 이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저조한 TK 득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그로 인한 보수 진영의 분열로 표가 분산된 측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보수 정당 후보가 TK 지역에서 50%를 밑도는 득표를 기록한 것은 충격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이 같은 대선 득표율 흐름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20%를 넘는 지지를 받는 조사 결과가 수시로 나오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TK 지역에서 역대 민주당 후보들의 대선 득표율을 훨씬 상회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10.52%)이 유일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2.51%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 민심에 변화가 읽히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일요신문 의뢰로 지난 5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호남에서 21.4%의 지지를 얻었고,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 7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윤석열 후보는 호남에서 2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TK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27.6%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9.4%로 30%에 육박했다.

그래서 PK 민심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PK 지역은 아직은 보수 진영에 기울어져 있기는 하지만 격차가 급감하면서 ‘스윙스테이트(경합지)’로 인식되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PK 지역에서 38.42%를 득표해 처음으로 40%에 육박했고,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37.81%를 득표해 홍준표 후보(33.50%)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진영이 분열된 상태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5.47%를 득표했다.

케이스탯리서치와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엠브레인 퍼블릭이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NBS 전국 지표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PK 지역에서 35%의 지지율로 윤석열 후보(37%)를 2%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PK 지역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0% 남짓으로 좁혀진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리얼미터가 폴리뉴스의 의뢰로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PK 지역 지지율은 35.2% 대 46.3%로 격차는 11.1%포인트였다. 양자구도로 팽팽하게 맞붙었던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PK 득표율은 61.16% 대 38.42%로 박 후보가 22.74%포인트 앞섰다. (이상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왜? 집안 단속부터 나선 李·尹

이재명 후보가 TK에서 약진하는 것은 TK(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3박4일 일정으로 TK 지역을 방문한 이 후보는 “TK는 저의 고향이자 태를 묻은 곳이고, 세상을 떠나면 육신이 묻힐 곳”이라는 말로 ‘고향’ 민심을 자극했다. 또 “나는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면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는가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말해 보수 진영의 표심을 자극했다.

반면 이 후보가 호남에서 아직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이 후보는 2017년 대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극한 대립을 했고, 아직도 핵심 지지층에서는 이 후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였던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로부터도 아직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현 정권과 차별화를 서두르고 있는 이 후보의 전략도 문 대통령과 현 정권을 지지하는 핵심 호남 유권자들 입장에서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던 호남 유권자들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줬고, 지난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에게 28.06%의 지지를 안겨준 경험이 있다. 더군다나 이재명 후보는 호남 출신도 아니고, 당내에서도 이질감이 있는 비주류였다는 점은 이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명분을 떨어뜨릴 수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이 역대 어느 보수 정당 후보보다 높은 것은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응집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유력해 보인다. 반면 윤 후보가 텃밭인 TK 지역에서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 이외에도 이회창 후보 이후 첫 비영남권 후보라는 사실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홍준표(대구 수성구을)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여전히 선대위에 합류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 윤석열 양 후보 진영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텃밭에서 확고한 우위를 다져야만 안정적인 중도층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의 결집력을 끌어올릴수록 고향인 TK 지역에서 지지세도 끌어올릴 수 있다. ‘고향에서만 지지해주면 당선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이 후보의 읍소가 먹혀들 수도 있다.

이 후보는 선대위를 구성한 이후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광주·전남과 전북을 별도로 누볐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국 유세에서 호남을 분리해서 방문하는 것은 이 후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호남 민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고도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TK 일정을 전략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분위기다. 호남에서 역대 어떤 보수 정당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TK에서의 결집력 강화는 호남에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후보는 대신 또 다른 텃밭이면서도 전략 지역인 PK 지역부터 공략하고 나섰다. ‘패싱 논란’이 일었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것도 ‘울산 회동’이었고, 선대위 첫 회의를 소집한 장소도 국민의힘 부산시당이었다. 윤 후보는 사실상의 첫 거리유세인 부산 서면 거리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 빨간색 후드 티를 입고 “단디 하겠습니다”고 외치기도 했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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