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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개혁 외친 민심, 질서 택한 당심…여당 괴리 극복에 미래 달려

與 당심 vs 민심 경쟁

  • 국제신문
  • 김경국 선임기자
  •  |  입력 : 2021-04-19 19:57:24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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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쇄신 요구한 초선들의 반성
- 극성 권리당원 이틀 만에 진압
- 곧바로 친문 원내대표 선출돼
- 당권 경쟁서도 약진 기정사실
- 대권후보 이재명 충돌 불가피

- 전대 권리당원 의견 40% 반영
- 일부 강성층 전 당원 의견 주도
- “민심·당심 위에 친문” 비판도

- 2016년 새누리당 친박 오만함
-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끝나
- 친문의 중단 없는 개혁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론과 향후 당의 진로 설정을 둘러싼 노선투쟁 과정에서 ‘당심이냐 민심이냐’의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2030세대 5명을 포함한 초선의원들이 “선거 참패의 원인이 ‘민생 외면과 무능’에 있다”고 주장하며 쇄신을 요구했으나 이틀 만에 ‘진압’당했고, 곧이어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강성 친문(친문재인) 윤호중 의원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선출됐다. 권리당원 가운데 극성 친문 지지층이 앞장서 초선 의원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냈고, ‘팬덤 당심’에 힘입은 당 주류 친문 의원들은 ‘2선 퇴진론’을 잠재우고 당을 다시 장악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다음 달 2일 전당대회에서도 친문 진영의 약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4·7 재보선에서 민심은 오만과 독주·무능을 심판하고 민주당에 대해 확실한 변화를 요구했으나, 당심은 기존 질서 유지를 선택했다. 당심과 민심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괴리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친문 일색의 당 지도부가 대선 경선을 관리하면 당내 유력 대권후보이자 대표적 비문(非文)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1라운드에서는 당심이 승리했지만, ‘당심이냐 민심이냐’의 경쟁은 궁극적으로는 차기 권력 다툼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은 잠복했지만 당심과 민심의 경쟁은 언제든 폭발할 수밖에 없는 화약고이고, 민주당의 미래가 걸린 경쟁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7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보다 ‘당심’

선거 참패 직후 민주당에서는 ‘당심’을 좇아 개혁 입법 추진을 계속할지, ‘민심’에 부응해 민생 이슈로 방향을 전환할지를 놓고 친문 주류세력과 쇄신파가 충돌했다.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 등 2030 의원 5명은 선거 직후 “관행과 오만에 눈감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면서 반성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재보선 참패 원인의 하나로 검찰 개혁을 거론하면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검찰 개혁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됐다”고 ‘금기어’인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

곧바로 극성 지지층이 중심이 된 ‘문파(文派)’ 권리당원들은 ‘초선 5적’이 촛불을 모독했다면서 융단 폭격에 나섰고,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까지 벌였다. 일부는 이들 5명의 전화번호를 SNS에 공개하면서 문자폭탄을 유도하기까지 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조국과 검찰 개혁이 문제였다면 지난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서초동 촛불정신을 잊으면 안 된다”(정청래 의원)고 가세했다. 핵심 친문 진영에서는 오히려 ‘미진한 검찰·언론 개혁’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틀 만에 ‘친문 책임론’에 선을 긋고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성명을 다시 발표해야 했다. 쇄신파 비주류 의원들이 초선 의원들을 격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쇄신파들은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문자폭탄을 일삼는 강성 문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친문 주류 측에서는 “그들 역시 당원”이라고 감싸 안았다.

‘당심이냐 민심이냐’의 논란 와중에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야당과의 협치보다 “중단 없는 개혁 입법 추진”을 천명한 윤호중 의원이 비주류 박완주 의원에게 압승했다. 박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개혁보다 민생 입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4·7 재보선 패배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민심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쇄신을 강조했으나, 의원들은 ‘당심이 우선’이라는 윤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심의 실체는?

민주당 신임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당선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 비주류인 정성호 의원은 “민심 위에 당심 있고, 당심 위에 친문이 있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당원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큰’ 일부 극성 당원이 전체 당원의 의견을 주도하고 때로는 왜곡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된다. 80만여 명에 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대다수 의견이 반영될 경우 당심은 대체로 민심에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강성 당원의 주장이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대변하면 당심과 민심에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 패배 이후 초선 의원들이 재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검찰 개혁 추진 과정을 지적하자 이를 질타하는 ‘권리당원 성명’이 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왔는데, 권리당원 대다수 의견이라기보다 일부 극성 지지자의 생각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의견이 ‘당심’으로 포장되면서 주류 친문 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문파’로 표현되는 극성 지지자는 3000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 당원 5%의 의견이 반영된다. 권리당원의 입김이 그만큼 많이 반영되는 구조다. 5명을 선출하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득표율 1~5위를 차지했던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대의원 득표 1위였던 이원욱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7위에 그치면서 최종 6위로 탈락한 반면, 대의원 득표에서 4위였던 김종민 의원은 권리당원 득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면서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당심과 민심 괴리, 극복의지는?

이번 선거 패배 후 당심과 민심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5·2 전당대회에서는 국민과 일반 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을 중심으로 오히려 대의원 몫을 줄여 권리당원에게 넘겨야 한다는 반격이 나오면서 흐지부지됐다. 선거 패배 직후 구성된 비대위 1차 회의에서 최고위원은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기로 의결했으나 친문 의원의 반발로 사흘 만에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번복했다.

중앙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소속의원, 전국위원회 위원장 등 800여 명의 소수로 구성되는데 반해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의 표심이 폭넓게 반영된다. 강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룬 권리당원의 표심은 친문 지도부에 무게를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선되려면 친문 열성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 선거 패배 이후 쇄신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친문 일색 지도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당심보다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대선 승리가 가능해진다”,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지 않고 민주당이 민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하고 있으나 친문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SNS의 발달로 극성 지지층이 당심을 독점해나가기는 더욱 쉬워졌고, 그런 ‘팬덤 당심’과 민심 사이에는 큰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지금 민주당이 맞닥뜨린 또 하나의 위기는 당심과 민심 간에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를 어떻게 통합시켜나가느냐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 새누리당과 2021년 민주당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당내 권력은 친이(친이명박)계에서 친박(친박근혜)계로 급격하게 이동했다. 박근혜 의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겨 당명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듬해인 2012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2016년 4월,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압승할 것이란 기대와는 정반대로 122석을 얻어 원내 제2당으로 추락했다. 당 안팎에서 공천권 전횡을 일삼았던 친박계에 대해 ‘2선 후퇴’ 요구가 빗발쳤으나 당 주류인 친박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내대표와 당 대표까지 친박계가 차지했다. 친박계 중심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오만한 속내를 드러냈다. 혁신과 변화를 주문했던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섰고, 불과 1년 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때부터 정확하게 5년이 지난 2021년 4월. 이번에는 민주당이 참패를 당했고, 고개를 숙였다. 민심은 민주당의 쇄신을 요구했으나, 친문 핵심 진영은 ‘중단 없는 개혁’을 선언했다. 이번에는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까. 김경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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