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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제3 지대, 국힘 합류, 독자신당…윤석열 앞에 놓인 세 갈래 길

윤석열의 차기 대권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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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새정치 권력 재편의 꿈
- 국힘 후보 단일화로 일단 스톱
- 무당층 유권자 기반 제3 지대
- 조직력 열세 한계 다시금 확인

- 보수성지 TK 높은 지지율 바탕
- 野서 권력 쟁취하는 ‘YS 모델’
- ‘전 정권 수사 주도’ 당내 거부감
- 직접 합류 타진 쉽지 않을 전망

- 제3 지대가 현실적 대안 분석속
- 尹 신당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
- 보선 이후 야권 재편 전개 주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나라 ‘제3 지대’ 정치권의 대표 정치인이다. 안 대표만큼 오랜 기간 제3 지대에 머물면서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인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제3 지대’의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제3 지대’는 대선을 11개월 남긴 시점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안 대표가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가 됐다면 윤 전 총장과 손을 잡고 제3 지대에서 내년 대권을 함께 도모하는 ‘큰 그림’이 실현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제1 야당의 ‘조직력’에 결국 무릎을 꿇었고, 이런 안 대표의 좌절을 지켜본 윤 전 총장이 ‘제3 지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 전개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대구고검과 지검을 찾아 직원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24일 빨간 넥타이 차림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포옹하는 모습. 연합뉴스
■안철수 효과… 드러난 제3 지대 한계

안 대표는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일찌감치 앞서나갔다. 그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면을 주도해나갔고, 지리멸렬한 국민의힘 후보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선출하고, 당 대 당 경쟁국면으로 접어들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제1 야당의 벽은 견고해졌다. 국회의원 3명, 그것도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만 소속돼 있는 국민의당에 안 대표가 기대할 것은 없었고, 그렇다고 개인기로 극복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다.

안 대표는 2011년에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과감히 양보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참여한다면 특정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정치를 ‘구태’라고 몰아붙이면서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새정치’를 내세워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2년 대선에서는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한계를 느껴 물러섰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는 3위에 그쳤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체급을 낮춰 출마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대표주자’를 자처하면서 나섰으나 역시 3위에 그쳤다. 무당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제3 지대의 밑천이 드러난 셈이다.

안 대표뿐만 아니다. 2007년 고건 전 총리, 2017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도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제3 지대’에서 성공한 정치인은 없었다는 결론이다.

한결같이 초반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에 편승해 기세를 올렸지만, 검증이 시작되면서 ‘밑천’이 드러나고, 이어 조직력과 자금력의 열세가 가중되면서 실패한 게 제3 지대의 ‘패턴’으로 자리잡아왔다.

안 대표의 실패는 개인적인 역량 탓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당의 허약한 지지 기반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양대 정당이 아닌 무당층 유권자가 기반이 되는 제3 지대 지지층은 확실한 소속감이 없다. 한마디로 충성도가 낮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제3 지대는) 느슨해지고, 갈라지고, 끊어지기 쉽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제3 지대’에서 실패한 안 대표는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제1 야당 의원총회에서 ‘새 출발’을 약속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약속한 만큼 제1 야당에 들어가 재기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많기는 하지만, ‘제3 지대’를 토대로 야권 전체의 구심점이 되어 내년 대선을 치르고 차기 대선에서 주인공이 되겠다는 안 대표의 시도는 일단은 막을 내렸다. 이처럼 유리한 고지에서도 결국 실패한 안 대표의 사례를 윤 전 총장은 눈여겨봤을 것이고, 나름대로 ‘제3 지대’에 대한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YS 모델’ 선택할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하자 지지자들이 환영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 앞에 놓인 첫 번째 선택지는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공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감대는 ‘정권 심판’이다. 이와 관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서 당을 접수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통해 권력을 잡았던 것처럼 말하자면 ‘YS 모델’을 생각해야 한다. 제3 지대에 머무는 것은 공멸이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윤 전 총장의 합류는 대선 승리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도층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고 ‘모셔오듯이’ 영입하기도 뭔가 찜찜하다. 윤 전 총장이 합류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쪼그라든 당내 대권주자들의 입지 위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윤 전 총장에게 당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쏠려버릴 가능성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당내 거부감도 상당하다.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의 선봉장’ 이미지 때문이다. 서울 중앙지검장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고,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는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 부분을 어떻게 털어낼지가 최대 관건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 있었던 일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결탁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시 직무에 충실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따라서 노력 여하에 따라 접점 찾기가 불가능한 사안은 아닌 듯하다. 윤 전 총장은 ‘보수의 성지’인 대구 경북에서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을 사직하기 하루 전에 대구를 방문해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국민의힘 합류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의 특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사법적 차원이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정치 행위였다는 논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시점에서는 윤 전 총장 자신이 국민의힘 합류를 직접 타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의힘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미묘한 관계이기는 하지만 외면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이 윤 전 총장을 원하고 있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말했다. 어쨌든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의지가 있다면 뭔가를 ‘내놓아야’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4월 재보선이 1차 관건

하지만 현재로서는 윤 전 총장이 우선 제3 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할 것이란 게 더 현실적인 전망이다. 4·7 보궐선거 이후 야권재편 논의가 필연적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번 논의는 유력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윤 전 총장이 중심이 되는 통합신당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승리하면 국민의힘이 정권 심판의 구심점을 자처하면서 야권 재편 논의를 주도해나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당은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도 표출됐던 ‘3자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이 되살아나면서 ‘제3 지대’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이는 윤 전 총장과 ‘밀당’이 불가피해지는 그림이다. 반대로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제3 지대’로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윤 전 총장의 합류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리멸렬해지고, 야권 재편 과정에서 윤 전 총장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방법도 있다. 일단 여론조사상으로는 ‘윤석열 신당’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앞으로 야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제3 지대론’이다. 누가 하든 ‘제3 지대’에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분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 등이 중심이 되어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이 창당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소멸될 가능성은 전무하고, ‘제3 지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의힘 내부 강경 보수층의 반감도 심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 3자 대결 구도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새 정치’를 외치면서 10년 동안 제3 지대에서 ‘풍찬노숙’을 통해 내린 결론도 분열의 정치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이지 않겠느냐”고 경계했다.

김경국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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