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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남원정’ 계보 잇는 쇄신모임…70년대생 보수 58인 新바람

야당 초선의원들의 반란

남원정- 남경필·원희룡·정병국

  • 국제신문
  •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  |  입력 : 2020-12-21 19:52:15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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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 개혁 기치 소장파
- 86세대 연대해 극단 보수화 막아
- 21대 국회 젊은 보수 다시 불씨

- ‘지금부터’ ‘초심만리’ 등 초선그룹
- 다양한 이슈 함께 토론하고 공부
- 대선주자 세대교체 노력 기울여
- 윤석열 사태 릴레이 시위 주도

- 공수처 법 반대 전원 필리버스터
- 윤희숙 의원 12시간47분 토론
- 헌정 사상 최장 기록 만드는 등
- 대여투쟁 전면 나서는 결기까지

정기국회 입법 전쟁에서 174석의 거대 여당에 완패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젊은 초선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게중심을 ‘86세대’에서 ‘97세대’로 옮겨가겠다는 젊은 의원들의 결기가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여투쟁에 앞장서서 행동하는 58명의 야당 초선의원들이 당의 야성(野性)을 되살리고, 2022년 대선을 앞둔 세대교체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초선의원 전원이 참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2의 소장파로 ‘남원정’ 계보 잇나

우리나라 보수 정당이 처음으로 야당이 된 2000년 16대 국회. 당시 총선에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33석을 얻어 115석에 그친 민주당을 제치고 제1당이 되었다.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어가던 이회창 전 총재는 당시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왕적 총재’의 견제 역할을 자임했던 ‘미래연대’는 이 전 총재의 리더십을 가감 없이 비판했다. 당시 미래연대를 이끌었던 인물이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이었다. 이들은 ‘남원정’으로 불리면서 당의 극단적 보수화를 막는 역할을 했다. 정병국이 58년생으로 맏형 격이었고, 남경필(65년생)과 원희룡(64년생)은 30대 중반의 나이였다. 그때부터 ‘남원정’은 소장·개혁파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후 정병국은 5선 국회의원에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역임했고, 원희룡은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맡고 있으며 2022년 대선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막내 격인 남경필은 5선 국회의원에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뒤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했다. 세 사람이 지금은 가는 길이 다소 다르지만 당내 소장파로 이름을 날리면서 정치적으로도 급성장했었다.

미래연대에 이어 17대 국회에서는 수요모임, 18대 국회에서는 민본21, 19대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등이 당내 개혁 쇄신파의 명맥을 이어왔으나 20대 국회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후신인 국민의힘에서 21대 국회 들어 젊은 초선의원이 목소리를 내자 일각에서 ‘제2의 남원정’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40대가 대부분인 70년대생 초선은 당의 세대교체와 외연 확장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다.

70년대생인 한 초선의원은 “우리 목표는 당의 허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 뛰어난 사람이 주목받으면 스타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도와가면서 개개인이 스타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정서가 있다”며 “앞으로 이슈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은 당내에서 초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우리는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초선의원이 얘기하면 재선이나 중진의원도 무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남원정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꾸준히 지향하는 바를 향해 노력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당 안팎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날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도부 따라만 갈 수 없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도중에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초선 쇄신모임이 출발점이다. 1970년대생 초선의원 15명은 지난달 말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국면에서 울분을 토하다가 ‘지금부터’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강민국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세대교체도, 개혁과 변화도, 정치도 지금부터’라는 의미를 담았다.

‘지금부터’ 멤버인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은 “처음에는 지도부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민주당이 너무 막가파이고, 우리 당 지도부도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과거 여당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야당의 체질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 언어로는 답이 없고,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고민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부터’를 결성한 동기에 대해서는 “독재나 과거 정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70년대생이 적극적인 행보를 함으로써 상징적인 당의 변화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70년대생 의원 가운데서 한 사람을 대표 주자를 내세워보자는 의견도 주고받았다. 현재 후보군이 구성된 부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에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70년대생 가운데 한 명을 후보로 내세우면 최소한 “당이 젊어지려고 노력하네”라는 평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초선모임인 ‘초심만리’는 21대 국회 임기 시작 직후부터 일찌감치 활동을 시작했다. 박수영(부산 남갑) 의원의 제안으로 결성된 ‘초심만리’는 매주 한 건씩의 개혁 이슈를 발제하고 토론해 대안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해왔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입법 전쟁에서 완패한 원내대표단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의원총회를 통해 주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기는 했지만 초선의원이 원내대표의 거취를 거론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초선의원 58명 전체 모임에 대해서도 집행부를 개편해 다양한 초선 그룹의 의견을 반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허은아 의원이 주도하는 ‘명불허전 보수다’는 대선주자도 찾는 초선의원의 공부 모임이다. 보수진영 대선주자를 초청하다 보니, 주자들이 일종의 검증을 받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대선주자를 섭외했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서민 단국대 교수도 초청하는 등 보수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자발적 대여투쟁 선봉 … 野性 회복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초선은 ‘투쟁 동력을 잃었다’고 비판받던 당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직후부터 초선의원의 카카오톡 단톡방이 시끄러워졌다. 한 초선의원이 “밤잠을 못 이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성명서 초안을 올렸고, 여러 의원이 내용을 가다듬는 데 힘을 보탰다. 논의 끝에 자유와 민주 그리고 법치주의가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저항의 입법 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해임하려는 이유를 포함해 3개 항을 공개 질의했다. 회견 후 이를 전달하려 했으나 청와대로부터 외면당하자 김은혜 정희용 의원의 주도로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지어 다른 당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격려 방문에 나서게 하는 등 야권 결속의 계기가 됐고, 투쟁동력도 끌어올렸다.

   
이번 초선의원들의 ‘결기’는 당 안팎으로부터 호응도 받았다. 적절한 투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국민의힘에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초선의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지난 4일 릴레이 1인 시위를 마친 초선의원은 활동무대를 본회의로 옮겼다. 정기국회 폐회 후 곧바로 이어진 1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도 초선의원이 앞장섰다. 애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시작하면 한 달 동안 이어가야 할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70년대생 의원을 중심으로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끝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자고 제안했고, 나머지 초선의원도 동의하면서 58명 모두가 동참하기로 했다. 생중계되는 필리버스터를 활용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전 국민에게 알리고, 역사에 남기자는 결기를 보여준 것이다.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던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나흘째인 지난 13일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강제종결시켰다. 특히 윤희숙 의원은 국정원법과 공수처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을 가리켜 “닥쳐 3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장장 12시간47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헌정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윤 의원은 지난 7월에는 “나는 임차인입니다”고 시작하는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단숨에 ‘스타 의원’ 반열에 오르면서 초선의원을 향한 당내 시각을 바꿔놓았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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