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사진) 일본 총리는 21일 한국 정부가 일제 징용 피해자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스가 총리는 이날 수도 자카르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의 최대 현안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가 총리는 지금까지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스가 총리는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연내 한국이 의장국으로 개최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할 것인지’에 대해선 “외교적으로 이뤄지는 사안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에 관해선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징용 소송의 원고 측은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이 판결 이행을 거부하자 손해배상 채권 확보를 위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비상장 한국 내 합작법인인 PNR 주식 압류를 법원에 신청해 현금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는 이날 일제 강제징용 갈등에 대해 일본 정부가 “조금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남 대사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아베 총리 때도 (강제징용 한일) 협의가 있었는데 일본 총리관저로부터 제동이 걸리곤 했다. 스가 총리는 그런 기류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남 대사는 “저희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스가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지역주민의 피해 대책도 마련하겠다며 곧 오염수 처분 방침을 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오는 27일 열리는 ‘후쿠시마 폐로·오염수 대책 관계 각료 회의’에서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지난 9월 기준 123만t인 오염수의 오염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추어 20~30년에 걸쳐 태평양으로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