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
- 조사 부산 전역으로 확대 가능성
- 혐의 밝혀지면 유권자까지 처벌
4·15총선 과정에서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불법 거래됐다는 의혹을 조사한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국제신문 29일 자 2면 보도)가 해당 사안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지역 정치권은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이번 총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선거운동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휴대전화 번호 불법 거래의 실체가 밝혀지면 검찰 수사가 부산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9일 부산시 선관위에 따르면 A지역 선관위는 총선 과정에서 휴대전화 번호가 불법으로 거래됐다는 제보가 접수돼 제보자와 관련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A지역 선관위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번호 불법거래가 이뤄진 선거구가 어디인지, 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의도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해당 선관위 차원에서 곧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보도가 난 이날 지역 정치권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며 파장 확대에 주목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거 과정에서 수백 명의 유선전화 번호가 담긴 동창회 명부 등이 거래되기도 했다. 휴대전화 보급이 확대되면서 추세도 변했다”면서 “모르긴 해도 (휴대전화 번호) 불법 거래가 A지역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보들은 경선 과정이나 여론조사 응대, 홍보 등의 목적으로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당이나 시당 차원에서 지역구민의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하지 않거니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하기가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일부 후보 캠프의 경우 지역구에 주차된 차량에 기재된 전화번호를 수집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총선 한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일반인을 상대로 진행되는 후보 경선 등에서는 누가 지역민의 휴대전화 번호를 많이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휴대전화 번호 불법 거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받고 금품을 제공한 인사에게 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금품 제공자는 물론 휴대전화 번호를 건넨 유권자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상 금품을 제공받은 유권자는 받은 금액의 최대 50배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A지역에서 번호 1건 당 1만5000원, 1인 당 15만 원에 휴대전화 번호가 거래됐다는 제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주민 1명당 최소 75만 원, 최대 750만 원의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