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호·최인호 “회견 직전 들어”
- 전재수 “시당이 성명서 냈는데
- 뭘 더 해야 되느냐” 볼멘소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부산 국회의원들의 침묵이 길어진다. 부산 시민이 들끓고 있는 만큼 불똥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부산시와 함께 부산시정의 양대 축인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1대 국회에 입성할 민주당 당선인들은 오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직전까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박재호(남을) 의원은 26일 “(오 시장의 사퇴) 발표 두 시간 전 오 시장에게 직접 전화가 와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알았다”며 “내 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항변했다.

부산시당위원장을 맡은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은 “부산시당이 성명서를 냈는데 뭘 더 해야 되느냐”며 “피해자의 말처럼 (성추행 사건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시당 여성위원회가 조만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인호(사하갑) 의원도 “사퇴 기자회견 한 시간 전에 알았다”면서 은폐 의혹에 대해 손사래 쳤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시민께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에 대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지만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의 선 긋기는 ‘미투 블랙홀’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부산 당선인들은 벌써 민주당을 향해 날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여야의 공방이 거세지면 자칫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때까지 부산시정이 멈춰설 가능성도 있다. ‘오거돈 여파’가 길어지면 차기 대선, 지방선거까지 연쇄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면 부산 민심이 돌아서 다시 지역 정치지형이 보수 독점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김영춘(부산진갑) 의원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과거 시장선거에서 그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사람으로서 시민께 머리 숙여 사죄부터 드리고 싶다”고 했다. 향후 정치적 재기를 위해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확실한 선을 그어놓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