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로터리에 세워진 ‘유엔군 참전기념탑’(사진)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12일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즉각 설명자료를 내고 이 작품은 6·25전쟁에 참전한 16개국을 표현한 것으로 욱일기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반일 정서에 편승해 예술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정정복 남구갑 지역위원장이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촉발됐다. 정 위원장은 “유엔평화문화특구 관문에 있는 유엔군 참전기념탑의 모양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도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상”이라며 “진상조사단을 꾸려 욱일기 디자인이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군 참전기념탑에 반영됐는지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기념탑은 둥근 지구본을 중심으로 16개 기둥이 각기 다른 길이로 뻗어져 있는 모습인데, 붉은 태양 주위로 16개 햇살이 퍼지는 문양인 욱일기와 비슷하다는 게 정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설명자료를 통해 “기념탑의 기둥이 16개로 욱일기의 빗살무늬 숫자 16개와 우연히 일치하나 이는 참전 16개국을 상징한다. 기둥의 비대칭성은 대연동에서 진입하는 중심축에 지구본을 놓아 주변 도로에 따라 길이가 달라진 것으로 보이나 작가가 현존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는 부산박물관 전면에 광장을 조성하고 이 기념탑을 광장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유엔기념광장 조성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유엔군 참전기념탑은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고(故) 김찬식(1932~1997) 작가에 의해 1975년 10월 24일 세워졌다. 김 작가는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냈으며 전쟁기념관 등 각종 기념탑을 많이 남긴 우리나라 조각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