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카드 없고 美대선 ‘첩첩산중’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은 모두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협상 진전을 위해 상대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은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면서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빅딜’을 고집한다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도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폐기에 동의했음을 언급하며 “그들(북한)은 김 위원장이 하겠다고 한 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진전을 위해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전향적 자세가 전제 조건이라는 뜻이다.
북미는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자 서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4일과 9일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며 대북 제재의 고삐를 당겼다.
이 같은 대치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연말을 사실상 시한으로 정해놓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이 ‘레드 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설정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문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7월 말∼8월 초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이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RF 회의를 계기로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