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까지는 기다려볼 것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40여 일 만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며 던진 경고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해결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립과 갈등의 북미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6·12 공동성명이 탄생하자 환호했고, 그 실질적 이행의 첫걸음이 될 하노이 2차 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회담 결렬로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는 충격에 휩싸였고, 100일이 된 현재까지 전략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군사 도발로 ‘분노’를 표출했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비난전과 저강도 무력시위로 미국의 태도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저강도의 군사적 시위로 미국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구두 경고가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특히 지난달 4일과 9일에는 김 위원장의 참관 아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의 강도를 더 높였다. 미국이 우려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피하면서도 향후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수 있음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북한이 2017년 이전처럼 핵실험과 ICBM 발사를 강행하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포스트 하노이 노선으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을 천명하고 경제와 민생을 군과 동시에 챙기는 것도 대북 제재의 장기전에 대응한 ‘전략적 인내’의 맥락으로 읽힌다. 결국, 미국이 바닥에 떨어진 리더십을 회복시켜줄 실천적 행동에 나설 것을 북한은 ‘새로운 셈법’으로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