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첫날 소통의지 밝혔지만
- 여소야대 지형 속 갈등 깊어져
- 文, 적폐청산 후 통합에 방점
-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은 결실
- 반발한 한국당 장외투쟁으로
- 국회 정상화 당분간 어려울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사회원로 간담회를 하면서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 대표들, 원내 대표들을 자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협치를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또 적폐 수사를 그만하고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제안을 많이 듣는다고 말하면서도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공감이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 2년이 되도록 협치에 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은 야당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를 찾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야 3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났다. 국회와의 원활한 관계 위에서 국정을 안정시키고 개혁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제1과제인 적폐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여소야대 정치 지형 속에 보수 야당과 갈등은 불가피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안했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지난해 11월 처음 열렸다. 당시 문 대통령과 여야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규제혁신 관련 법안 및 신산업 육성 지원 법안 처리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면서 분기에 한 번씩 열기로 했던 여·야·정 협의체는 이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경색된 정국을 풀려는 대화의 노력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며 ‘임명 강행’을 시사한 날,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지시해 야당과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사회원로 간담회에 참석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국회가 극한 대결로 가고 야당이 극렬하게 저항하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것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직접 정국을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문 대통령이 협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회원로 간담회에서 ‘선(先) 적폐 청산 후(後) 협치’ 원칙을 제시한 데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정 협의체라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야당과 대화를 하겠다는 근본 자세 변화부터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협치가 실종되면서 한국당은 장외 투쟁에 나섰고 국회는 당분간 정상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물론이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다만, 규제개혁 관련 입법은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 개혁안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만큼 논의의 발판은 마련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반부패개혁 법안, 빅데이터 3법 등 혁신성장 관련 법안도 진전이 없다.
산적한 개혁 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에 힘이 실린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