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 경쟁 취지 내세웠지만
- 자금력 큰 시중은행만 유리
- “지역공헌 없이 이익만 취해”
한 해 13조 원에 달하는 부산시 예산을 맡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선정할 때 주금고와 부금고를 교차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경쟁을 통해 입찰 투명성을 높인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의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부산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안’의 핵심은 규칙으로 운영되던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을 조례로 상향하겠다는 점이다. 특히 조례안을 보면 2개 이상 금융기관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금고 지정방법과 평가항목 기준을 규정했다. 즉, 주·부금고를 교차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주금고는 부산시 한 해 예산 13조 원 가운데 70%를, 부금고는 특별회계를 포함해 30%를 맡아 관리한다. 시 주금고는 2001년부터 BNK부산은행이 맡고 있다. 부금고는 KB국민은행으로 지정돼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김문기(동래3) 의원은 “은행 간 공개경쟁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는 입장이다.
조례안이 시행되면 주금고와 부금고를 교차 지원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 시민단체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최근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이 지자체 공략에 나서면 이들이 금고를 모두 차지할 것”이라며 “지방은행이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공헌,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펼치는 협력은 과소평가하고 출연금(협력사업비)으로 시중은행과 경쟁을 벌인다면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결국 과도한 협력사업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전국 6개 지방은행 노사는 지자체 금고 지정 기준을 개선할 때 지방은행 입장을 배려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앞서 부산은행은 2016년 주금고로 지정될 당시 222억 원을, 국민은행은 75억 원을 협력사업비로 냈다.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20일 “평소 지역에는 관심도 없이 수도권 영업에만 몰두하다가 금고 계약 등 소위 돈 되는 이슈가 발생할 때만 반짝 관심을 두는 시중은행에 지자체의 곳간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 말 2021년부터 4년간 지자체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조례안은 오는 29일 제3차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