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빠진 채 ‘개문발차’

- ILO 협약·국민연금 등 의제

- 사회적 대화 의결기구 역할

- 문 대통령 첫 회의 참석 힘실어

- “노동계·경영계는 국정동반자

- 민주노총 빈자리 아쉽다” 토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국민연금 개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한 사회적 이슈를 논의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7명 위원 체제로 22일 공식 출범했다. 

경사노위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는 이날 청와대에서 출범과 함께 첫 회의를 개최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은 불참해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비롯해 경사노위에서 다룰 의제를 놓고 노사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험로가 예상된다. 경영계는 현행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반대를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사노위가 앞으로 민주노총을 끌어안고 대타협을 이루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민주노총 태도변화 주문

경사노위의 출범과 첫 회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을 향해 ‘고통 분담’을 언급하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경영계를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는 저와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힌 뒤 민주노총 불참에 대해 “빈자리가 아쉽다.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사회 문제를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성이 필요하다. 사회를 이끄는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소명도 요구된다”면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민주노총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의 참여를 희망하는 권고문을 채택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서둘러 출발한 것은 일자리 현황이 엄중하고 과제 또한 막중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노총의 참여를 당부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으로 참석한 김진 변호사는 “3, 4년 전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전수 분석한 적이 있다. 차령산맥 이북은 모두 김선수 변호사(현 대법관)가 맡았고, 차령산맥 이남은 모두 문재인 변호사가 담당했더라”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분이 대통령이고 또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문성현 위원장이 경사노위를 이끌고 있고 누구보다도 개방적 자세를 가진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있다. 그분이 위원장에 있을 때 타협하지 않는다면 언제 타협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 개선위원회’를 신규로 설치하기로 했다. 개선위는 노동계 2명, 사용자 2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며, 의제와 노동시간에 대해 논의하고 내부 합의를 거쳐 논의 시한을 결정할 계획이다.

■탄력근로제 연장 찬반 엇갈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늘리는 데 대해 국민 절반가량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일이 몰리는 성수기, 신제품 출시 시기 등 집중 근로가 필요한 기업을 고려해 단위 기간을 늘리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50.4%였다. ‘특정 기간 업무 과중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임금 역시 줄어들 수 있으므로 늘리는 데 반대한다’는 응답은 30.9%, ‘잘 모름’은 18.7%였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