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자금 수수 혐의 부인했던 노회찬
- “정상적 후원금 절차 안 거친 책임 커”

- 국민관심 집중 … 전방위 수사 불가피
- 특검 “초기와 다르게 깊이 있게 진행”
- 김경수 보좌관·경공모 금고지기 소환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3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모 씨 측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 사건의 간접 영향권에 있던 노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그의 사망으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된 만큼 정치권을 겨냥한 특검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브리핑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 드루킹 특검 수사에는 부담

노 원내대표는 이날 공개된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수 회원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고 후회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원금 수수에 대한 특검의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애초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해 보이던 노 원내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거명된 것은 경찰이 벌인 경공모 계좌추적 결과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연간 10억 원이 넘는 경공모 운영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2016년 3월 경공모가 5000만 원을 인출해 노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정황이 담긴 회계 장부와 메신저 채팅 내역을 파악했다.

일부 경공모 회원으로부터 실제로 금품 전달에 관여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시간 부족 등으로 노 원내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지 못한 경찰은 사건을 그대로 특검에 넘겼다.

특검이 노 원내대표의 불법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란 보도가 나올 때마다 그는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진보 정치인의 생명과도 같은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것이 죽음에 이른 결정적 원인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유서에서 후원금 수수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고 적었다.

■ 드루킹 사건 정국 한가운데로

6·13지방선거 이후 국민적인 관심에서 멀어졌던 ‘드루킹 사건’은 다시 정국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됐다. 사건의 본류가 아니었던 노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특검 수사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의당은 이날 노 원내대표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긴급회의를 한 뒤 “드루킹 특검은 애초 특검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표적수사를 했다.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된 수사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검팀도 노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수사 도중 인지된 ‘지류’에 가까운 사건인 만큼 정치권의 댓글 조작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 ‘본류’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드루킹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앞으로는) 수사가 초기 패턴과 다르게 깊이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드루킹 등 경공모의 진술을 바탕으로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16년 10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시스템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도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한모(49) 씨와 경공모 금고지기로 불리는 ‘파로스’ 김모(49) 씨를 소환 조사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