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명지신도시, 화명동 등
- 대단위 단지서 오거돈 선택
- 지역 주거환경 개선사업 여파
- 보수적인 원주민 떠난 자리에
- 진보 성향 중산층 대거 유입
- 막무가내식 보수에 등 돌린 듯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돌풍의 중심에는 부산지역 신도시와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표심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지역의 젊은 유권자가 전통적으로 보수 색이 강한 부산의 선거판을 바꿨던 것이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와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가 맞붙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두드러졌다. 오 후보에게 몰린 득표 수(94만469표·55.23%) 중 상당수가 정관·명지신도시와 해운대구 좌동, 북구 화명동, 동래구 사직동 등지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5000가구 롯데캐슬카이저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북구 화명1동에서 오 후보(1만1931표)는 서 후보(6891표)보다 1.7배 이상 많은 표를 받았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많이 조성된 북구 화명2동, 화명3동 역시 북구의 정치 지형을 급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도시인 강서구 명지오션시티에서도 오 후보에게 많은 표가 몰렸으며, 특히 기장군 정관 신도시의 경우 오 후보의 득표 수가 서 후보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전통적으로 아파트 단지가 많은 지역에서도 오 후보에게 대거 표를 던졌다. 오 후보에게 서 후보보다 1.9배가량 많은 표를 몰아준 동래구 사직동의 학원가는 교육에 대해 관심도가 높은 전문직 학부모가 유권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해운대구 좌동 역시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막막 논란 등을 불러일으킨 보수 정당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좌동은 서 후보가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오 후보에 패했던 지역으로, 이 때문에 서 후보는 이번 리턴매치에서 선거운동 기간 좌동 일대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미 보수 정당에 등을 돌린 상당수 유권자의 실망감이 표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아파트의 정치학’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부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보수적인 원주민이 떠난 자리를 진보 성향의 중산층 유권자가 대체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반면 같은 아파트 밀집 지역이지만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구 우3동 마린시티에서는 서 후보(5548표)가 오 후보(5444표)를 앞섰다. 부경대 차재권(정치학) 교수는 “새로 유입된 젊은 중산층은 진보 정당과 이슈 선호도가 강하다. 보수 정당이 이런 계층의 탈물질·합리적 가치를 따라잡지 못했다. 아파트 밀집지 중에서도 단위 면적당 가격이 중간대인 주민의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아파트의 정치학은 유권자가 특정 정당 위주로 후보를 뽑는 ‘줄 투표’ 경향이 강할수록 위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