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전문가 검증 요구 불구
- 先 대화 後 검증 ‘속도조절’ 관측
- 많은 인원 수용 어렵단 추측도

북한 외무성이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정과 관련해 상세한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종전에 언급했던 ‘전문가 초청’이 빠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다.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 발표에는 전문가 초청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행사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참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백악관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일정 발표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제전문가들에 의해 사찰 및 충분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는 폐쇄는 북한의 비핵화에서 핵심 조치”라며 ‘사찰과 검증’을 강조했다.

북한이 애초 언급했던 ‘전문가 초청’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전문가들에게 북한의 전반적인 핵 능력과 관련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우선 보인 뒤 북미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결정한 이후 검증 절차를 밟아도 된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문가들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핵 사찰’로 여겨질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찰에 의한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미국 입장은 타당하다고 본다”면서도 “북한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어떤 대가를 전제한 것이 아닌 만큼 전문가 사찰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이 “핵실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전용열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국제기자단과 전문가 모두를 한 번에 수용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른 시일 내에 간단하고 투명하고 명료하게 비핵화를 진척시키고 싶은데 전문가들이 같이한다면 사전 절차 등 일이 복잡해지면서 시일이 늦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