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지방세 비율 8 대 2 수준

- OECD국가 비교해도 편중 심해

- 지방세 비율 40%까지 높여야

- 재정확보 각론에선 의견 엇갈려

- “지방소비세·교부세 비중 상향”

- 지자체·행안부 해법 한목소리

- 기재부는 재정중립 입장 고수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이다. ‘독립’을 하라고 하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자립할 수 없다. 1995년 동시 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본격화했지만 23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분권이 삐걱거리는 것은 아직 재정을 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재정 분권은 필수사항이다. 하지만 재정 분권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견해차가 뚜렷하고, 지방정부별로도 입장이 엇갈려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지방세율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했듯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재조정하는 게 재정 분권의 핵심 내용이다. 2017년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예산안 기준 77.3(242조3000억 원)대 22.7(71조2000억 원)이다. 거의 8대 2 수준인 셈이다.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국세의 비중이 커 지방의 중앙 의존성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국세 편중이 심한 편이다. 미국(54.3대 45.7), 독일(51.0대 49.0) 등 연방제 국가일수록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대등했다. 단일국가라고 해도 프랑스(72.5대 27.5) 같은 지방분권형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지방세 비중이 컸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대대적인 지방분권 개혁을 시행한 일본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59.2대 40.8로, 6대 4 수준으로 국세 비율을 떨어뜨렸다. 권한과 책임을 지방에 이양하는 동시에 돈에 대한 권한도 대폭 나눴다.

현재 시민이 내는 세금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는 정부로 올라가 ‘지방교부세’(교육청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와 ‘보조금’ 형태로 지방에 다시 내려온다. 광역단체는 이렇게 받은 돈을 조정교부금이나 시·도비보조금 형태로 기초단체에 내려보낸다. 지난해 기준(애초 예산) 지방교부세는 40조7000억 원, 보조금은 46조3000억 원이다. 

취득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주민세 등으로 구성되는 지방세 비율을 전체 40% 수준으로 확대하면 지방세는 현재 대비 50조 원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획기적으로 지방세가 늘어나면 가용재원이 늘어 지방정부가 지역밀착형 사업을 확대하기가 수월해진다.

■ 각론에선 의견 분분

지방세를 확대하는 한편 지방교부세도 늘려 든든한 지방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지방정부는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지방정부 또는 중앙부처끼리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방정부는 현재 부가세의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1%로 10%포인트 늘리자고 주장한다. 또 지방정부와 행정안전부는 현재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22%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말한다. 지방소비세율과 지방교부세율을 1% 올릴 때 부산시가 확보하는 돈은 각각 534억 원, 397억 원이 증액된다. 하지만 지방세 중에서도 지방소득세를 올릴 경우 수도권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거라고 우려한다. 2016년 결산 기준으로 부산시의 지방소득세 비중은 전국 지방소득세의 5.31%인 반면 수도권(서울+경기도)은 55.06%다. 지방세가 확대된다 해도 수도권만 배부른 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행안부는 지방교부세를 늘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방세를 늘리는 대신 지방교부세를 줄여 균형을 유지하는 ‘재정 중립’ 입장을 견지한다. 지방교부세가 국세에서 나가는 재정이므로, 한정적 재원의 국세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교부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면 지방정부는 지방세 비율을 확대하는 대신 교부세를 줄이면 지방정부의 세입 전체 총액은 이전과 거의 같아 지방세 확대의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부세가 줄거나 없어지면 지방세가 적은 비수도권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교부세로 불균형을 보정했으나 교부세가 사라지면 균형발전은 물 건너간다는 논리다. 

실제로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자치단체는 수도권의 경우 전체 29%(66개 중 19개)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81%(160개 중 130개)나 돼 지방세 확대만으로는 재정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체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수도권은 2곳인 반면 비수도권은 69곳이나 된다.

하지만 지방분권을 외치는 일각에서는 지방교부세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대 강재호(행정학과) 교수는 “부산 원도심처럼 지방교부세로 생명을 이어가는 지자체는 지금 시대에선 의미가 없다. 일본처럼 교부세와 보조금을 일괄 폐지하고, 지방세 확충으로 일원화해 지방정부의 재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부세 자체가 정부(행안부)가 지방정부를 줄 세워 돈을 나눠주고 중앙권력을 유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시 유재기 예산담당관은 “교부세는 유지·확대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축소되더라도 재정 확충만 이뤄지면 된다. 하지만 기재부의 입장인 재정 중립으로 가다 보면 지방 재원은 이전과 같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 수 있어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