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립여부따라 분권 차등화 필요”

“지방분권은 ‘돈을 줄 테니 이제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일종의 시장 원리입니다. 전국 24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10%가량인 곳이 태반이고, 부산의 원도심처럼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상태에서 지방분권이 제대로 실현될 리 만무합니다. 적절한 통폐합을 통해 자립 여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지방분권의 취지는 살아날 수 없어요.”

부산대 최병호(경제학과) 교육부총장은 지방분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정 문제의 실마리를 풀려면 소규모 자치단체 통폐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대 2에서 6대 4로 조정하는 게 지방재정 확대 논쟁의 핵심인데, 이렇게 되면 지방세가 많이 걷히는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인구가 적은 소도시나 시골마을, 자치단체, 부산 내에서도 인구가 적은 기초단체는 더 쪼그라들어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의 불균형은 심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최 부총장은 일본이 2000년대 중반 시행한 지방분권 개혁을 사례로 들었다. “지방분권 추진으로 1999년 3229개였던 시·정·촌(일본의 기초자치단체 단위)은 2010년 기준 1727개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어요. 소규모 자치단체 통폐합을 통해 행·재정을 효율화함으로써 지방재정이 적절하게 쓰이도록 한 겁니다. 그만큼 지방분권은 큰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부산의 경우 원도심이 대표적이다. 중·동·서·영도구 재정자립도가 현재 10~20% 수준에 그치고, 앞으로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 분권에 따른 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통폐합이 필수라는 것이다.

최 부총장은 소규모 구·군 통폐합을 우선으로 ‘차등화된 분권’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방분권을 통해 자립이 가능한 자치단체는 권한과 책임을 늘리는 대신 정부 개입을 줄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정부가 개입을 유지하면서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등화된 분권은 지방분권으로 발생할 불균형을 보완하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지방분권은 경쟁하라는 시장 원리인 반면 균형발전은 분권을 통해 발생할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 부총장은 지방재정도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세를 늘려 지방에 돌아가는 돈을 확대하면서도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해주는 장치를 둬 분권과 균형발전이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