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김관진 구속에 ‘윗선’ 압박감
- 검찰 수사 임박해지자 정면대응
- “어떤 정부가 댓글 달라 지시하나”
- 향후 소환 대비 프레임 선점 나선 듯
- “적폐청산 퇴행적” 보수결집 의도도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12일 “정치 보복”이라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검찰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 청산은) 퇴행적 시도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한 이후 언급을 자제해오던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출국길에서 작심발언을 내놓자 현 정권과 정면대결을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언론 앞에서 육성으로 적폐 청산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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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바레인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이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 의해 지난 10일 예고됐다는 점에서 돌출 발언이 아니라 계산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가 턱밑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손 한 번 못 써보고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의 내용은 물론이고 시기상 적절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현 정권이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새 정부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더 이상의 기대를 접겠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반격의 빌미로 내세운 것은 경제와 외교·안보다. 현시점은 세계적인 경제 호황기를 맞아 한국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이고, 외교·안보적으로도 중차대한 때임에도 정권이 적폐 청산이란 명분 아래 정치 보복만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지지기반이었던 보수층의 결집을 다분히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전날 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간략하게 발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예상보다 길었다는 것이 이 전 홍보수석의 전언이다. 이 전 대통령의 정면대응 의지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주요 고비에는 직간접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발신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전 홍보수석은 “조만간 간담회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발언 직후 부연설명에 나선 이 전 홍보수석은 “잘못된 게 있으면 메스로 환부를, 종양을 도려내면 되는 거지 전체를, 손발을 자르겠다며 도끼를 드는 것은 국가 안보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는 말씀”이라며 “세상에 어떤 정부가 그런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나.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시시콜콜 보고받고 지시한 적 없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사이버사 댓글 조작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라는 것이 검찰이 제기한 자료에 나오고, 그중 절반인 0.45%만을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인천국제공항 청사 밖에서는 시위대 10여명이 ‘MB 구속 적폐 청산’, ‘이명박 출국 금지하라-더불어민주당’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이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와 함께 이전 대통령 출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 이틀 만에 참여자가 7만 명 가까이 불어나는 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경국 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