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자 스스로 정치지식 습득
-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 첫걸음
"국민의 손으로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만든 역사적인 선거잖아요.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으려면 유권자도 열심히 공부해야죠."
5·9대선을 앞두고 정치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촉발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성숙한 '숙의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희망적인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최근 1개월간(3월 24일~4월 23일) 정치·외교 분야 도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2% 더 판매됐다고 7일 밝혔다. 예스24 측은 "나의 한 표가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탄핵정국을 거쳐 대통령 선거 기간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려는 독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후보들의 자서전이나 대담집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예스24가 지난달 1~23일 주요 후보 5명의 도서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가 가장 많이 팔렸다. 2위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4차 산업혁명과 안철수(문형남 저)'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3위였다. 유 후보의 '나는 왜…'가 특히 많이 팔린 것은 유 후보가 쓴 책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한 권뿐인 데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7일 출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후보(10권)와 안 후보(9권)를 다룬 책은 분산돼 팔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다룬 책은 각각 3권과 2권이다.
이색적인 것은 구매자의 성별 비율이다. 문 후보의 책은 남성(55.5%)과 여성(44.5%)이 비슷했다. 유 후보 역시 남성(53.9%)과 여성(46.1%) 구매자 비율 차이가 10% 이내였다. 그러나 홍 후보는 남성 비율이 88.9%였다. 안 후보(77.4%)와 심 후보(75%)도 남성 구매 비율이 높았다.
교보문고의 4월 월간 베스트셀러에도 논객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신판이 3위에 올랐다. 정치 서적이 많이 팔리는 것은 그만큼 대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정민철(34·부산 북구 덕천동) 씨는 "지난 겨울 광장에서 얼마나 많은 촛불이 타올랐나. 올해 선거는 후보에 대한 검증 시간이 짧은 만큼 관심이 가는 후보 2명의 책을 사 읽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자 알기'가 곧 성숙한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부산대 정용하(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의 이념 논쟁과 정쟁에 지친 유권자들이 스스로 정치 지식을 습득하고 행동하는 적극적인 참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숙의 민주주의'로 발전할 것인지 정치학자로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