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뤄진 '장미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촛불 혁명'은 5·9대선을 역대 대선과는 차원이 다른 선거로 만들었다. 총 1107만 명을 사전투표소로 불러냈고,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후보들이 보여준 모습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 정책은 실종됐고, "아니면 말고"식의 네거티브가 판을 쳤다.
지난 3일 이전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를 참고하면 선거 때마다 구여권·야권에 몰표를 줬던 영호남 지역주의는 사라졌다. 진보·보수 대결 구도가 무색해진 영향도 있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이젠 색깔론이 아니라 부패하지 않은 대통령을 뽑겠다"는 유권자 의식 제고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측면에서 TV 토론도 큰 주목을 받았다. 상당수 유권자는 최고 38.5%의 시청률을 기록한 TV 토론 이후 지지 후보를 바꿨다. TV 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선 일부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쳤다. 정치 평론가들은 "5년, 10년 전 대선 때는 TV 토론 영향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탄핵 사태로 '절대 이런저런 대통령은 뽑지 않겠다'는 유권자의 신념이 강해졌고, TV 토론을 후보 선택 기준으로 삼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판단한다.
유례없이 높은 사전투표율에 촛불민심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진보 진영의 발명품'으로 불렸던 후보 단일화 역시 이번엔 보수 진영에서 논의됐지만, 국민이 용납하지 않았다. 국민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명분 없는 이합집산을 경고했다. 세계가 5·9대선을 주목하는 것도 겨우내 광장을 밝힌 촛불이 국민의 정치 참여를 끌어냈고,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높인 덕분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짧고 압축된 선거운동이 낳은 폐단도 만만치 않다.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대미안(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 등 신조어가 쏟아졌을 뿐 정책을 부각하는 이벤트는 없었다. 그래도 예전엔 ▷행정수도 이전 ▷한반도 대운하 ▷경제 민주화 등 굵직한 이슈는 물론 하다 못해 '잘 살아보세' 구호라도 있었다.
후보들은 네거티브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후보의 아들·딸·아내까지 링 위에 올라 난타당했다. 각 후보 캠프와 극성 지지자들은 가짜 뉴스를 살포하고, 인신공격을 쏟아냈다. 신라대 강경태(정치학 박사)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핵과 경제 위기 등 중요한 정책 이슈가 선거를 이끌지 못하고, 그 자리를 네거티브가 채운 점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