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10일로 지정한 8일에도 정치권과 광장의 민심은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려 격한 공방을 이어갔다.
일부 탄핵 반대 세력은 '청와대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자택 앞에서 화형식과 살해 위협을 하는 등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정치권도 탄핵 찬반으로 갈려 헌재 선고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분열과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5선 이상 여야 중진·원로 의원들과 9일 회동하는 것도 이 같은 분열 양상을 최소화하려는 정치권의 해법 마련 차원이다.
하지만 사실상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정치권은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광장의 민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여야는 공식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야권은 탄핵 인용을, 여권은 탄핵 기각·각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한 쪽은 수용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8일 "헌재는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해 더는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이 없도록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법에서 제도적으로 분노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정치인들도 국민의 뜻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민심이 수용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통합을 주장하며 '대연정론'을 내걸었다가 '촛불 민심'으로부터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인은 광장에 서는 게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문제를 풀고, 헌재의 판단이 내려진 다음에는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지만, 탄핵 인용이 전제된 발언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헌재를 압박하고, 태극기 집회에서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의원 60명은 헌재에 탄핵 기각·각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파렴치하다"면서 한국당의 해체를 요구했다.
정치권이 탄핵을 둘러싼 대치 상황에서도 탄핵 이후 정국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탄핵 이후 국민통합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가적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병국 대표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 대표자들, 모든 대선 주자가 이런 국면에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