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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PK 대한민국 열자 <7> 지역 인사에 길을 묻다

"부울경 협력 중앙 예속 탈피…지역발전 맏형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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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부산 울산 경남(PK)이 다시 한번 '지방의 맏형'으로서 새로운 한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심 세력이 돼야 한다는 데 대해 지역 원로들도 공감을 표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송기인(79) 신부와 부산 여권에서 한 축을 이끌었던 권철현(70) 전 주일본 대사는 PK가 스스로 민주화를 일군 위대한 유산과 잠재력을 자산으로 삼아 새로운 정치발전과 미래산업에 대한 도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두 원로는 원래 한 뿌리였던 PK가 정치·행정 차원에서 협력체제를 갖추고 중앙정치와 행정으로부터 독립적인 발전 전략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PK가 중앙의 예속에서 벗어나 원래의 진취적 도전성을 회복하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울산 경남이 통합·광역행정의 시너지를 통해 국가 발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왼쪽), 송기인 신부는 7일 부산 울산 경남이 지역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도 주민들 간에 깊이 패인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 권철현 전 주일대사

- 3개 시도 통합·광역행정 필요
- 교통망·물문제도 함께 풀어야
- 정치인 역할 너무 기대 말고
- 단체장 회의 정례화해야
- 자본·아이디어 한데 모으면
- 경제위기 충분히 극복 가능

"'위드(With) 부산 경남 울산(PKO)' 구호가 자주 나와야 동남권이 지역 발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남권이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발전의 중심 역할을 하려면 '통합행정, 광역행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3개 시도 단체장의 확고한 신념이 중요하다. 내가 가진 것을 희생해서라도 이것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은 것부터 통합행정을 시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 전 대사는 "예를 들어 부산에서만 관광한다면 하루 이틀이면 볼 게 없다. 그런데 울산과 경남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으면 일주일 정도 머물 수 있는 관광 스케줄이 짜인다"며 "교통망, 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울경이 인프라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혜택을 서로 나누면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서울에서 하는 부울경 출향인 신년인사회나 발전보고회를 왜 부산 울산 경남이 따로 하나. 지역이기주의만 강화하고 갈등 구조만 고착화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 등에서 약칭으로 부산 울산 경남은 PK, 대구 경북은 TK라고 관행적으로 사용하는데, 왜 부산 울산 경남이 PK냐, 대구와 경북은 2개 시도가 뭉쳐진 것이니 TK가 맞지만, 부산 울산 경남은 3개 시도를 통칭하는 말인데 PKO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광역단체장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내 것을 뺏기면 어떡하나' '기득권을 잃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 때문에 꺼리는 것인데, 갈등을 줄이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권 전 대사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권 전 대사는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성공 욕구가 가장 강하다. 정권이 망해도 자신의 재선이 중요한 것이 정치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울경이 통합행정이나 광역행정을 해서 그 효과를 내기 시작해 더 가까워지면 정치인의 이해관계는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그때 정치인의 힘을 동원하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권 전 대사는 "부울경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은 유별나게 중앙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권 전 대사는 가덕 신공항 국면을 예로 들면서 "가덕도는 원래 경남이었고, 울산에서도 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지역 권력자들이 중앙에 금방 굴복해 버렸다"며 "배짱 있는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동의 번영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공식적인 부울경 단체장 회의의 정례화를 제안했다.

권 전 대사는 "부울경 경제가 위기다. 산업구조 개편 시기에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인데, 이대로 있으면 10년, 20년 뒤에 또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부산만 혹은 경남이나 울산만의 힘으로 돌파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부울경의 자본과 아이디어 등을 한데 모아 극복에 나서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전 대사는 부산 사상의 3선 의원 출신으로 대표적인 도시 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동아대 교수 시절인 1988년 설립한 도시발전연구소가 제시한 안들은 부산 청사진의 교과서로 평가받는다.


◇ 송기인 신부

- 시·도민 간 갈등 해소가 우선
- 부산시 통합·포용 리더십 필요
- 중앙정부 눈치만 보지 말고
- 시민과 소통 통해 시정 펼쳐야
- 지역산업위기 해법은 교육개혁
- 개헌보다 자치제 운용 점검을

송기인 신부는 정치·경제적 위기에 처한 한국의 현실에서 부산 경남 울산(PK)이 함께 지역 발전을 이끌고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려면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7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 자택에서 만난 송 신부는 PK의 정치·행정적 현실에 대해 "부울경은 원래 한 뿌리다. 그러나 부산신항·경마공원·남강댐 식수 공급 등 (부산과 경남이) 현안마다 갈등을 겪는 관계가 됐다. 부울경 시·도민의 마음속에 깊이 팬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게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갈등은 정치인들의 당리당략과 정치적 인기에 매몰되면서 빚어진 만큼 정치인 스스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정치·행정적 갈등 해법에 대해 "부산시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 제2의 수도라지만 그 위상에 한참 못 미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제2 수도에 걸맞은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송 신부는 동부산관광단지 사업 등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를 거론한 뒤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적인 업적주의가 빚은 폐해이다. 그럼에도 부산의 정치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중앙정부 탓, 예산 탓 등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신부는 "이래서는 부울경에 미래가 없다.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으로, 조금은 느리더라도 시민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시와 부산 정치인들이 PK의 중심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에 걸맞게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시민의 뜻에 따른 행정과 정치를 펼칠 때 PK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신부는 해운·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지역 산업 위기와 관련해 "당장은 힘들겠지만 근로자는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본가와 경영주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소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은 권력 놀음에서 빠져나와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등불을 든 길잡이 역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교육개혁을 꼽았다. 송 신부는 "부울경은 국내 조선 산업체가 거의 다 몰려있는 곳이다. 조선업의 불황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예견됐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경영인, 현장 근로자까지 대처 방법을 찾지 않았다. 이 모두 인성과 덕성, 지혜를 배우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식과 함께 정의 불의의 구분, 행복해지는 방법 등 인성과 덕성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PK 정치권이 지역 갈등 해소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송 신부는 경남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 논란을 언급하면서 "식수 공급 갈등은 불통의 현주소다.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견해만 내세우다 보니 해결될 리 없다. 지역의 리더들이 이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 점도 문제다"고 질타했다.

송 신부는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송 신부는 "아무리 법을 뜯어고쳐도 법을 운용하는 사람이 잘못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도 그는 "그동안 지방자치제가 정말 잘 운용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이기주의와 분열을 조장하기보다는 통합과 조정력을 발휘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우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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