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유승민 등 여권주자들
- 두 지역 결속력 높이기 딜레마
- 안철수는 이슈 재부상 경계
'10조 원이 넘는 예산 폭탄'과 '1300만 명의 표심'. 지난 10년간 영남권을 뒤흔든 '동남권 신공항'이 갖춘 핵심 요소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거 때마다 '신공항 이슈'를 재탕 삼탕하면서 영남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온 이유다. 정부는 지난 21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내면서 '신공항 종지부 찍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신공항이 지닌 정치적 매력은 유효하다. 이 때문에 차기 대선 국면에서도 '신공항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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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다음 날인 22일 대구·경북·경남·울산 지역신문의 1면. 신공항 입지로 밀양을 지지했던 이들 신문은 '백지 신문' 등을 통해 침통함을 표출했다.인천의 한 신문은 신공항 백지화에 안도하는 기사를 실었다. |
■문재인·김부겸, 영남 공략 소재
영남권에서 '신공항 영향력'은 선거 때마다 확인됐다. 19대 총선, 18대 대선, 6회 지방선거 때는 여당이, 20대 총선에서는 야당이 혜택을 누렸다.
부산 출신 문재인 전 대표, 대구 출신 김부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대권 주자들에게 여권 '텃밭'으로 인식돼온 영남권 공략을 위한 이만한 '무기'도 없다. 가덕과 밀양 등 입지에 따라 부산권과 대구·경북권 등 민심을 직접적으로 파고들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남이가' 정서로 묶인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갈라치기' 할 수 있다. 이번 신공항 불공정 용역 논란을 통해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18대 대선 때는 '동남권 신공항 추진'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0대 총선 때부터 '가덕 신공항 지지'라는 직접적 입장 표명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한 뒤 대구로 내려간 김 의원도 3번의 도전 끝에 이번 총선에서 겨우 '진지 구축'에 성공했다. 야권 주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TK에서의 지지 기반 강화가 필수다. 김 의원이 시종일관 '밀양 신공항'을 주장해온 이유다. 그는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국가가 국민과의 문제에 대해 신의를 어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정부 발표를 맹비난했다.
■김무성·유승민·안철수, 딜레마
부산 출신 김무성 전 대표, 대구 출신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주자들의 계산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지기기반인 부산과 대구에서 지지율도 높이면서 느슨해진 PK와 TK의 결속력을 강화해야 차기를 넘볼 수 있다.
당 대표 시절 '신공항 함구령'을 내리면서 거리를 둬 온 김 전 대표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정부 발표를 환영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도 22일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면서도 "정부가 결론을 내린 만큼 지역 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정부 발표를 수용했다.
하지만 이들의 '신공항 줄타기'는 야권의 '신공항 공세'가 거세지면 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PK와 TK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에게도 신공항은 딜레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짚고 넘어가 한다. 그래야 또다시 선거공약으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공항 이슈 재부상을 경계한 것이다. 문 전 대표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안 대표의 '신공항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