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 '대망론' 군불때기 앞장

- 야권 "출마 자제해야" 견제구

25일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올해 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반 총장은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보겠지만, 지금 현재는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국제회의 등 각종 계기에 7번 만난 사실과 관련해 "제가 7번을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이고, 회의가 있어서 간 것"이라면서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에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며 "남북 간 대화채널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입국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이날 여야 정치권도 들썩였다. 야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 총장에게 유엔 결의문 정신에 따라 대선 출마를 자제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무총장 자신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내용의 유엔 결의문과 관련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존심이 있으므로 결의문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당선인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를 총괄하던 유엔 사무총장이 특정 국가의 대통령이 될 목적으로 했다면, 누가 그 사람을 공정한 사무총장으로 보겠느냐"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 총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대통령 후보로 '내정'돼 있다"며 "당권-최경환, 대통령-반기문 구도"라고 주장했다.

친박계인 안홍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반 총장의 권력의지는 100%가 아니라 101%"라며 "유엔 사무총장의 10년 경험과 전 세계 정상들과의 인맥을 활용해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부려먹을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우리 정치가 난마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정치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분은 정치를 좀 더 단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충청 출신의 정우택 의원은 전날 배재대 강의에서 "충청권 의석수가 3석이 늘어 호남이나 TK(대구·경북)에 견줘 전혀 밀리지 않는 상황이 됐다. 50년 집권했던 영남에서 이번엔 뚜렷한 인물이 없다"며 "그래서 반기문 대망론이 힘을 받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