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조정실장 "정부 업무 위축"
- 여론 추이 거부권 행사 변수
23일 국회로부터 '상시 청문회'를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넘겨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모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7일까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공포냐, 거부권 행사냐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 및 관련 법규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할지, 아니면 재의 요구를 할지 결정하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는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스타일의 실질적인 변화 의지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국정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생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국정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5월 '유승민 파동'을 불러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야당과 행정입법이 법률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유 의원과 관련해 '배신의 정치'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23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굉장히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잠정 검토한 결과 좀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굉장히 정부에 큰 영향을 주게 돼 있다 "고 말했다. 한마디로 '행정부 마비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요소가 고려될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야권이 이번 사안을 '협치'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일제히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박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은 '협치의 파괴'라며 경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협치'를 파기하면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부감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원칙'을 중요시해왔다는 점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이다.
이 국무조정실장은 청문회를 남발하지 않겠다는 야당에 대해 "그것은 운영의 문제이고 제가 말하는 것은 제도의 문제다"며 "운영을 잘하고 못 하고는 부차적 문제"라고 밝혔다. 국정운영의 원칙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두 가지 요소를 놓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