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원들 불참으로 정족수 못 채워
- 정진석 "친박 자폭, 당 공중분해"
- 정두언 "양아치같은 패거리집단"

- 김용태 혁신위원장 전격 사퇴
- 차기 지도부 구성·쇄신 올스톱

17일 새누리당에 내재했던 계파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조직적인 반대에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이 무산됐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정당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친박계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초유의 당 지도부 공백 상황 장기화가 불가피해졌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사생결단식 전쟁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분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공중분해 된 여당

새누리당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전국위원회 회의장에서 "성원이 되지 않아서 회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상임위원회와 전국위원회 회의를 잇따라 열어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의결안'과 '혁신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당헌개정안'을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회의 시작 한 시간여가 지나도록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친박계는 이날 오전부터 상임위원과 전국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와 비대위에 비박계가 전면 포진한 데 대해 집단 반대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화를 받은 위원들은 회의 참석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회의장 복도에서 돌아간 위원도 있었다. 당 지도부의 참석 요청에 응했던 일부 위원은 이날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기도 했다. 앞서 친박 초·재선 당선인 20명은 전날 비대위와 혁신위 인선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기자회견을 갖는 등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 측은 이날 "친박계의 자폭테러로 당이 궁중분해 됐다"고 맹비난했다. 전국위에 참석한 비박계 정두언 의원도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 친박계 의원은 "총선 패배의 원인이 김무성 유승민에게도 있는데 왜 친박에만 책임을 지우냐"고 항변했다.

■기로에 선 여당

이날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이 무산되면서 당의 차기 지도부 구성과 쇄신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이 상임전국위 무산 직후 사퇴했고, '정진석 비대위' 구성도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 원내대표가 겸임하기로 한 비대위원장과 직접 임명한 혁신위원장이 모두 거부당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겸직이 문제가 아니라 원내대표직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막을 내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친박의 집단 반발에는 친박 핵심부의 '결재'가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비박계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개최 무산의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을 위한 긴급 당선인총회 개최를 요구키로 했다.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김 의원은 "국민에게 무릎 꿇을지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 국민과 당원께 은혜를 갚고 죄를 씻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투쟁을 선언했다. 정두언 의원도 "이런 패거리 집단에 내가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벌써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당이 연합하는 중도정당·친박당·친노(친노무현)당의 새로운 3당 체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