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이산가족 작별상봉을 마친 이복순(88) 할머니가 버스 안에서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 씨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65년 만에 만난 부부 오열도

"만나게 해주세요. 서로 편지 주고받게 해주세요."

26일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장에는 시작부터 가족들의 오열과 통곡으로 가득 찼다.

북측의 아들 배상만(65) 씨를 만난 남측 아버지 배양효(92) 할아버지 가족들은 눈앞에 다가온 작별을 실감할 수 없는 듯 "만나게 해달라, 편지 주고받게 해달라"고 호소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오대양호 납북으로 행방불명됐던 아들을 찾은 기쁨도 잠시,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 이복순(88) 할머니는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들이 달려와 건강상태를 점검해야 했다. 이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온 북측의 며느리 박미옥(58) 씨의 옆으로 다가가 볼을 맞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치매 증상으로 북측에서 온 큰아들을 가리키며 "이이는 누구야?"라고 되물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김월순(93) 씨는 다행히 헤어지는 순간 큰아들 주재은(72) 씨를 알아봤다. 구순의 노모는 "고마운 세상이야. 우리 재은이를 만나고…. 내가 죽어도 소원이 없어"라며 자신이 끼고 있던 금반지를 빼 아들에게 건넸다.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인 이석주(98) 할아버지는 기침하는 아들 리동욱(70) 씨에게 코트를 입혀줬다. 이어 두르고 있던 목도리까지 아들에게 건넸다.

아들은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에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게"라며 환하게 웃었다. 아버지는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아들과 다시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오래오래 살아야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65년 만에 만난 남편과 또다시 생이별하게 된 북측 아내 한음전(87) 씨는 "살아있는 거 알았으니 원 없어. 생일날 미역국 떠놓을게"라고 변함없는 사랑을 전했다.

남측 남편 전규명(86) 씨는 아내의 오른손을 자신의 왼쪽 허벅지에 놓으며 "만져봐. 그동안 만져보지도 못했잖아. 인제 언제 만져보겠어. 좋아?"라고 물었다. 아내는 "영감 살아서 이렇게 보니 좋아. 영감 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면 내가 왜 산 거야. 원 풀었어"하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작별상봉이 끝난 후 남측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자 뒤이어 북측 가족들이 달려와 창을 사이에 두고 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인사를 나눴다.

이로써 지난 20일 시작된 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남북이 '8·25 합의'에서 향후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논의에도 합의한 만큼 양측은 이르면 11월 중 추가적인 적십자 접촉 및 회담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금강산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