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북항재개발 부지인 동구 제4부두가 보안구역이 풀리는 관계로 막고 있던 벽이 허물어져있어 누구나 배에 쉽게 오를수 있게 방치되어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대체인력 없이 감시 공백
- 올 3월 시행 후 사고 잇따라

부산항보안공사(BPS)가 보안인력 수당 삭감을 위해 꼼수로 도입한 '휴게시간' 때문에 부산항 보안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가출한 중3 학생의 밀항 시도(본지 지난 28일 자 8면 등 보도)를 비롯한 상당수 보안사고가 보안 공백이 발생한 보안인력 휴게시간 중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0일 BPS에 따르면 부산항에서 올해 총 6건의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5건이 지난 3월 6일부터 하루 2시간 휴게시간을 도입하는 등 보안인력 근무 체계를 변경한 이후 일어났다. 지난 2년간 한 건도 없던 보안사고가 근무체계 변경 후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휴게시간은 보안인력들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지정 취소에 따라 발생한 수당 지급 문제(본지 2014년 11월 25일 자 1·3면 보도)를 회피하기 위해 도입됐다.

가출 중학생에 의해 구멍이 뚫린 지난 17일 근무일지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사건 당일 밤 9시 국제부두는 보안인력 6명 중 1명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5명이 근무 중이었고 그중 1명이 휴게시간으로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정문·차량·1초소를 1명이 책임지면서 초소 밖 상황을 감시할 여력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23일 감천 동편부두에서 발생한 보안사고 역시 근무자가 휴게시간으로 자리를 비운 유림초소에서 발생했다. 당시 러시아 선원 한 명이 월담해 초소로 침범했다가 신고를 받은 청경에 인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휴게시간이 보안인력들의 수당 삭감을 위해 꼼수로 도입됐으며 대체인력 보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BPS는 부산노동청이 주 52시간 노동시간 근무 준수 및 초과수당 지급을 지시하자 근무자들이 원치도 않은 휴게시간(4시간당 1시간·하루 2시간)을 도입해 수당을 삭감했다.

이와 관련, 공사 측은 "3월 휴게시간 도입에 따라 38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인력을 보강해 왔다"며 "최근 발생한 보안사고는 휴게시간 도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근무자들은 "이 정도의 인력 충원으로는 400명 가량 되는 전체직원의 2시간 휴게시간 공백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실제 근무편성표만 확인해도 시간대별로 초소 곳곳에서 공백이 눈에 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장 근무자들은 "휴게시간 문제를 비롯해 인력구조 개편 없이 철조망 보강 등 땜질식 처방으로는 계속되는 보안사고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