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배신' 발언 꼬리표
- 당·청 갈등 주범으로 지목돼
- 친박 견제로 재기 쉽지않을 듯
- '안보적 보수·경제적 개혁주의자'
- 확고한 정치인 이미지 구축
- 효용가치 커졌다는 평가도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유승민 정치'의 가치를 강조하고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던진 '배신의 정치'에 대한 응수다. '박심'(박 대통령의 마음)에 의해 축출된 유 원내대표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여권 내 첫 '혁신 보수'의 등장을 국민에게 각인하면서 보다 큰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축출된 원내대표 '오명'
박 대통령의 '6·25발언'은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형선고'였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유 원내대표를 당·청 갈등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은 급기야 지난 7일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원총회 개최를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 권고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그를 몰아내는데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이 모두 합세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소수 비박계의 산발적 반발이 터져나왔지만 울림이 크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채 쫓겨난 보기 드문 여당의 원내대표가 됐다. 향후 당 운영에서 설 자리는 사실상 없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내년 총선 공천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6·25발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됐다.
■'뉴 보수 주자' 발판 마련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인 유·무형의 자산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과 분명한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당내 차기 주자군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면서 존재감을 부각했다. 특히 그는 '순교자적 정치' 행보를 극대화했다. 박 대통령의 6·25발언 하루 뒤 반성문을 제출하며 명분을 쌓은 뒤 버티기에 돌입했다. 당 지도부와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피하는 대신 '제거'되는 '길'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정치인 유승민'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원내대표로서의 행보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제거되는 빌미를 제공했지만 '안보적 보수' '경제적 개혁주의자'로서의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인색해질수록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효용 가치는 훨씬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한동안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진흙에서 연꽃'을 피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