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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언급한 지 13일 만에, 지난 2월 2일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다섯 달 만에 원내대표직에서 중도하차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는 회견에서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퇴는 의총의 결정 사항을 수용한 것이지만, 박 대통령이 의총에서 선출된 원내대표를 '찍어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면서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공개 의총에서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안이 추인됐다는 결정사항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여권은 당·청 간,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을 수습할 계기를 맞게 됐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유 원내대표가) 책임 여부를 떠나 이유를 막론하고 현 상태에선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세여서 그런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당·청 관계를 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여권 내부의 갈등이 해소돼야 한다는 기대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새로운 충돌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비박계 간 공천싸움이라는 '유승민 파동'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장 비박계의 지원을 받아온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찍어내기'를 비판한 것 역시 긴장요소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소수인 친박계와 다수의 비박계가 정치적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야당은 '제왕적 권력의 부활', '전 세계적 수치'라고 반발하고 있어 여야 간 대치정국은 오히려 격화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