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사 문제 남아 대일기조 유지
- 하반기 日 외무상과 위안부 논의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반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서울과 도쿄에서 지난 22일 각각 열린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양국 정상의 교차방문은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또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막바지 협의에 나서는 등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양국이 이처럼 관계 개선의 '첫발'을 내딛기는 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어제 행사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좀 더 진전된 형상"이라며 "그러나 하나 풀린다고 어떻게 모든 한일 관계가 다 풀리겠는가. 한일 관계 개선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일 관계에 봄이 찾아온 것 같은데 얼어붙은 강물은 아직 녹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정부 역시 이번 행사가 선순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대일외교 기조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사'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대 장애물은 역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다.

정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하반기 중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시다 외무상의 방한, 국장급 채널 등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위안부 문제는 절충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가 수용할 수준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 측은 과거 우리가 거부했던 이른바 '사사에안(案)'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가장 큰 갈등요소로 부상했던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는 비교적 원만히 해결돼 가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이날 최종문 유네스코 협력대표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측 교섭대표와 만나 협의를 했다고 밝혀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 쪽으로 흐름을 바꾸려는 의지를 확인한 만큼 하반기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약식 형태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하반기 국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과 같은 구체적 시나리오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