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주최의 전국노동자대회에 나란히 착석한 뒤 그늘진 곳으로 옮겨 앉으라는 행사 관계자의 권유로 일어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박주선 "수십 명 신당행 고심 중"
- 주승용·조경태 "사퇴는 불가피"
- 초·재선 모임도 목소리 낼 태세
- 文 "강도 높은 쇄신통해 새출발"

새정치민주연합이 4·29재·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거 직후 일단 분열은 피해가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듯했던 지도부 사퇴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꿈틀대고 있다.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호남민심 오판에 대한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는데다 '집단 탈당' 얘기까지 오르내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후폭풍을 잠재울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던 호남출신의 박주선 의원(3선·광주 동구)은 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주에서의 패배는 '친노 지도부'에 대한 호남 민심의 표출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당을 바꾸는 첫걸음은 지도부가 총사퇴를 해 당의 간판과 얼굴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도부 총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신당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면서 당을 바꾸고 고쳐나가면서 호남 민심에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의원은 "이번 광주 서구을 재·보선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을 추진할 경우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나름의 결론이 서게 되면 대안의 길을 모색하게 될 의원이 상당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신당 바람을 차단하지 못하고 당이 갈기갈기 찢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전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의원들의 철회 요청에 일단 보류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떻게든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지도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표적 비노인사인 조경태 의원(3선·부산 사하을)도 "천정배 의원의 당선은 호남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영남에서도 민심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문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노계 좌장격인 김한길 전 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며 문 대표를 겨냥했다.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더좋은 미래' 등 각 의원 그룹도 지도부의 쇄신이 미흡할 경우 언제든지 목소리를 낼 태세다.

당내 불만들이 분출되기 시작하면서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채 전열정비에 착수했다. 노동절이어서 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설명이었다. 하지만 예년에는 노동절에도 원내대책회의 등을 열었던 만큼 흉흉한 분위기 속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표는 전날 저녁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주요 당직자들의 사의를 만류하는 대신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책임을 지자고 강조했다. 일단 지도부는 재·보선 전에 내세운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조직개편 등을 통해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서구을을 빼앗겨 큰 내상을 입은 만큼 호남 민심을 돌리기 위한 '묘수' 찾기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