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용우 기자(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야권, 연대 없어 패배 자초
- 해묵은 정권 심판론도
- 되레 보수표 결집 이끌어

- 與, 연금개혁 등 압박 가할 듯
- 野, 호남발 정계개편 가능성

새누리당이 4·29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야권 분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정권 심판론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 동력을 회복한 당·정·청은 공무원 연금 개혁 등 개혁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완패한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 분열·보수 결집 '결정타'

새누리당은 선거 초반 내심 수도권 3곳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야권 강세 지역의 선거인데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옛 통합진보당 지역구였던 서울 관악을과 성남중원에는 무소속 정동영 후보와 김미희 후보가 출마하면서 야권이 분열, 여야 1 대 2 구도가 형성됐다. 광주 서구을에도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새정치연합을 위협했다. 인천 서구 강화을은 여당 텃밭으로 분류됐다.

여야 간 초반 구도의 유불리는 선거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무조건 야권 연대를 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호남 민심'마저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린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천 후보는 광주에서 50% 이상의 득표율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선거 중반 터진 '성완종 파문'은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단초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리스트'를 계기로 '정권심판론'으로 전격적으로 전환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조기 사퇴를 이끌어내고 노무현 정부 때의 '성완종 사면' 의혹으로 맞대응하면서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 또 선거 전날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병상 메시지'가 보수 결집을 견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레임 전쟁'도 승패를 갈랐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지역 일꾼론'은 승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7·30재·보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현장 중심의 선거전으로 연승을 거뒀다. 반면 야당의 전통적 전략인 '정권 심판론'은 사실상 효용성을 다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대여 노선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도 깨졌다. 투표율은 36%로 예상보다 높았지만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세력 재편 시동

이번 선거 결과 희비가 갈렸지만 여야는 내년 총선 때 진검 승부를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 주도권을 잡은 여권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 추진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 처리를 놓고 야당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야당은 패했지만 일단 대여 공세의 강도를 높이면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제 여야는 이날 다음 달 6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의사일정을 협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연석회의체인 이른바 '2+2' 회동의 개최도 논의했으나 합의를 못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야권은 '성완종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힘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당·청 관계의 무게 중심이 당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는 사실상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다. 친박계의 '성완종 리스트' 연루로 직면한 당의 위기를 비박계가 돌파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운명은 예측 불허다. 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치명상을 입은 만큼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호남발 정계 개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재인 대표 책임론은 불가피하지만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노(친노무현)계가 위축되면서 동교동계 등 비노(비노무현)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