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이 총리- 사퇴의사를 밝힌 이완구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실내복을 입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새 총리감 찾아 임명·인준
- 상반기는 지나야 끝나
- 또 낙마땐 '식물정부' 우려
- '성리스트' 파문 오래갈 듯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국무총리에 발목이 잡혔다.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려 결국 사의를 표명해 집권 3년 차 국정운영도 위기에 내몰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 이 총리를 발탁하면서 집권 3년 차를 대비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국가혁신(1월 2일 신년 인사회)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귀국 후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또다시 국무총리 인준까지 필요한 몇 개월을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공방으로 국력 낭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후보자를 물색해 발표하고 청문회를 마친 뒤 임명장을 수여할 때까지 짧아도 1개월, 길면 2개월이 걸린다. 집권 3년 차 상반기가 끝날 때쯤이 돼야 마무리된다. 만에 하나 이 과정에서 또다시 후보자 낙마 사태가 발생하면 박근혜 정부는 회생불능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신임 총리가 취임하더라도 일할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총선부터 후내년 대선까지의 정치일정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더욱 큰 문제는 하반기부터 국회의원들이 20대 총선 준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내년 4월까지 국정과제에 온전히 몰두하기는 힘든 상황이 초래된다. 국가혁신과 민생·개혁법안 처리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현실적으로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에 일할 기회가 별로 없다. '조기 레임덕'에 대한 걱정이 나온다. 인사참사 블랙홀이 모든 것을 삼켜버릴 기세인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고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1일 "이 총리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총공세를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이제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자"고 당부하면서도 야당의 공격에 대해서는 '특검' 카드를 꺼내 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두 차례 특별사면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반격에 나서 여야공방도 다각화되고 있다.

이런 후폭풍을 우려한 듯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이 총리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20일 밤 중남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했다.